영광 문화예술인을 위한 소고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지역 문화예술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한 지자체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지역은 문화재단은 물론 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는 향토 문화의 지속적 발전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현재 백수에 폐교를 고쳐서 예술촌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몇 년째 하염없이 늘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금이야말로 지역 예술인을 위한 ‘예술촌’을 조성해 향토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킬 때이다. 예술촌은 지역 예술인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창작 의욕을 높이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향토 문화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토속 음식, 전통 공예, 민속예술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려진다면 지역만의 고유한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골 지역의 특성상 예술촌 이용자는 주로 은퇴자나 60세 이상의 노령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창작 활동의 열의는 높지만, 경제적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어서 안정적인 운영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고 위탁 경영이 대부분이기에 참고로 운영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소액 회원제를 도입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나 외부 예술인에게 연회비 혹은 월회비 형태의 소액 참여비를 받되, 금액은 부담을 최소화해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정기적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 체험 행사 참여권으로 연계하면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예술촌 내에서 소규모 강좌, 공예 교실, 전통 요리 체험 등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수공예품 제작, 도예, 목공예, 향토 음식 만들기 등 체험형 교육은 노년층뿐 아니라 외지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 특산품 판매장을 예술촌 내에 병설하고, 예술인들의 작품과 농산물, 가공식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곳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판매와 체험이 결합된 문화형 장터로 키우는 것이다. 넷째, 소규모 숙박시설이나 캠프장을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술촌을 방문한 관광객이 하루 머물며 창작 체험과 지역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노령층 은퇴자들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머물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에 관심이 높기때문에 장기 체류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다섯째, 공공지원 사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농촌 신 활력 플러스 사업, 지역활력화 사업, 문화관광부의 문화거점 지원 사업 등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공모사업은 초기 시설 투자와 프로그램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후 자생적 수익사업으로 전환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여섯째, 지역 기업 및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후원도 중요한 방법이다. 지역 농협, 신협, 상공인 단체 등을 설득해 문화예술 활동 후원을 유도하고, 후원 기업에는 광고 효과나 사회공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판매와 홍보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예술촌에서 제작한 공예품, 예술 작품, 교육 영상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예술촌 소식을 SNS와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홍보하면 외부 방문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군은 위탁 경영을 맡기되, 민간 주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단계별로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처음에는 공공 재정이 주요 동력이 되겠지만, 체험형 수익사업과 공모사업, 민간 협력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안정적 운영을 이뤄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된다면 예술촌은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문화 활성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