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배신, 기회 뒤에 숨겨진 생활고“
국형진 청소년자람터 오늘 총무이사
많은 청년들이 더 나은 기회와 풍요로운 삶을 꿈꾸며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이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꿈을 찾아 상경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청년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질의 일자리, 다양한 문화생활, 폭넓은 교육 기회 등 지방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거나 경력을 쌓으려는 청년들에게 서울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서울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높은 주거비와 물가,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청년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최근 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 중 무려 70%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히 사치나 과소비 때문이 아니라, 의식주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빚에 의존하게 되는 청년들이 상당수임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중 84%가 '빚 돌려막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한 금융기관의 빚을 다른 금융기관의 빚으로 막는 돌려막기는 결국 눈덩이처럼 채무를 불어나게 만들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청년들의 평균 채무액 또한 적지 않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들의 총 채무액을 살펴보면, 4천만 원에서 6천만 원 미만이 가장 많았고, 6천만 원에서 8천만 원 미만, 그리고 1억 원 이상인 경우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혹은 시작했더라도 불안정한 소득으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빚을 떠안게 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청년들의 미래 설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과 불안감을 야기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생활고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 불안정한 노동 시장 구조, 그리고 청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부족 등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로 일자리 부족이 꼽히는 것처럼, 지방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서울로의 이동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 역시 모든 청년의 꿈을 받아줄 만큼 넉넉한 곳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청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제이다. 청년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금융 상담 및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에서도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그림자는 우리 지역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들이 빚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건강하게 자립하여 우리 지역사회의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