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는 무사합니까?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른바 ‘리박스쿨’이라는 극우 교육 단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 단체는 아이들에게 이승만과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영웅으로 칭송하며,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특정한 시각으로만 교육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세력은 ‘친북’ 혹은 ‘반국가적 존재’로 규정하고,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포장한다는 데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로 인해 4·19 혁명으로 쫓겨난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장기 독재를 감행했다. 역사적 사실은 그 자체로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두 인물을 무조건 찬양하고, 그들의 권력 유지 수단조차 미화하는 것은 분명한 왜곡이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영웅 만들기’를 강요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세뇌에 가깝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교육 방식이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인을 상대로 강요했던 ‘황국사관’과 닮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은 조선 청소년들에게 천황 숭배와 대동아공영을 가르치며, 자발적 동화를 유도했다.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지우고, 제국의 시각만을 내면화하도록 만들었다. 지금 극우 교육 단체들이 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 자라야 할 아이들이 권위주의를 옹호하고, 민주주의를 의심하게 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왜곡된 역사교육은 단지 정치적 편향을 넘어서,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민주 시민의식 자체를 파괴한다. 역사란 단지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사회 정의를 고민하며, 미래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이다. 과거를 객관적으로 보되,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선 분명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이 무너진다면, 우리는 다시 전체주의의 그늘로 돌아갈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단체들이 학교 밖 사교육 시장에서 활동하며, 국가의 공교육을 대체하려 드는 현실도 심각하다. 국정교과서 시도 실패 이후에도 여전히 특정 이념을 강요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이는 공교육의 부재와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낸다. 교육은 특정 세력의 정치 도구가 되어선 안 되며,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존중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르는 장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독재와 민주주의, 친일과 항일, 권력과 시민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과거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감추는 것은 미래를 잃는 길이다. 진실을 직시하고, 그 위에 미래를 세워야 한다. 교육이 그 출발점이다.
교육제도에서도 문제점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중심축이 점차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기회의 격차가 벌어지고, 이는 계층 고착화와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고, 교사들은 본연의 교육보다 입시 성과에 시달린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 전달의 중심이 아닌, ‘보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은 단기적인 학업 성취를 도울 수는 있지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공교육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배우며 공동체 의식과 인성, 협업 능력을 기르는 장이다. 그러나 입시 경쟁과 학벌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공교육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피로를 호소하며 교육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교육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학교가 다시 교육의 중심이 될 때, 우리 아이들의 삶도, 미래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