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빌리티 산업의 미래와 현재 ①
영광군이 대마산업단지를 중심으로 e-모빌리티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그동안 추진해 온 e-모빌리티 관련 산업의 성과와 현재, 미래 가능성을 관련기관 등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 영광 e-모빌리티연구센터
9개 넘는 국책사업 유치, 2,400억원 이상 국비 투입
미래학자들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집중되는 거대도시화 현상을 예견한다. 이러한 인구밀도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유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동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공유'와 '구독'의 시대로, 정해진 노선을 따르는 획일적인 교통수단에서 사용자의 다양한 이동 목적과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요 응답형 서비스로, 이동의 패러다임은 이미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할 핵심 거점으로 전라남도 영광군이 선택되었다. 그 중심에는 영광군 대마전기차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자동차연구원 e-모빌리티연구센터가 있다.
e-모빌리티연구센터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광군은 대마전기차산업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e-모빌리티라는 신산업의 선점을 기획하며, 기업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을 선택했다. 이후 영광군과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는 「e-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사업 기획」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착수했다. 전국의 산학연관 전문가 61명을 소집하여 진행된 이 대규모 기획 연구는, 인프라 구축부터 연구개발, 실증사업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정의하며 영광을 미래 교통 환경의 중심으로 세우는 청사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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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e-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기획의 추진체계 >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연구센터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프라 구축사업 4건, 핵심부품 개발 및 실증사업 4건 이상 등 총 9개가 넘는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며 2,400억원 이상의 국비를 영광에 투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그 역할과 규모,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미칠 영향력이 온전히 알려지지 않았기에 e-모빌리티연구센터가 갖춘 인프라와 그간의 성과, 그리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앞으로의 사업을 심층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기술 허브의 기반>
국내 최고 수준의 e-모빌리티 인프라
e-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는 대부분 자본과 연구개발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이 소규모 조직을 바탕으로 대기업 수준의 디자인, 핵심부품 연구·개발 시설 및 생산설비를 독자적으로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모빌리티연구센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 인증지원, 시생산까지 제품 개발 전 주기를 지원하는 '원스톱(One-stop)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국내 e-모빌리티 산업의 기술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능 및 신뢰성 검증의 요람, 성능시험장과 충돌시험장
축구장 7개를 합친 것과 같은 약 5만㎡(49,586.8㎡) 규모의 e-모빌리티 전용 성능시험장은 연구센터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초소형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e-모빌리티의 차량 단위 성능과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연구센터의 역할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함께하는 대학생 테스트위크」를 통해 자작 자동차 경진대회를 준비하는 미래 인재들에게 연 30일 이상 시설을 무상으로 개방하고 있다. 단순한 트랙 주행 제공을 넘어, 차량 구조 검증, 차량 수리가 가능한 워크샵(공구 및 개러지), 더위 쉼터(대강당, 회의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 제공과 기술 지원까지 포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에만 80개 팀, 1,2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을 찾을 예정으로, 연구센터는 매년 지원 규모를 확대하여 '대학생 자작 자동차 대회의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 e-모빌리티연구센터 성능시험장 전경 >
e-모빌리티의 안전성을 책임지는 충돌시험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총면적 약 4,300㎡ 부지에 마련된 이 시설은 소형 e-모빌리티부터 3.5톤 이하 승용·화물차·전기차의 안전부품 평가, 법규 인증시험, 차량 개발시험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인체 더미, 고속카메라, 측면·후방 충돌 이동대차, 데이터 취득장치 등 첨단 장비를 완비하여, 차량 안전도 평가시험은 물론 에어백, 안전벨트, 범퍼 등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시험인증과 연구개발을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단순히 합격/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인증기관'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부품기업이나 완성차 기업이 차량 안전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 때까지 '시험→분석→개선' 과정을 함께 반복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든든한 연구 협력 파트너의 역할을 지향한다.
< e-모빌리티연구센터 충돌시험장 >
이 외에도 디자인 워크샵, 동작분석 스튜디오 등 연구 인프라와 고성능 모터시험기, 전기구동계 평가장비, 온습도 모사가능 섀시다이나모미터 등 10종에 이르는 최첨단 장비들이 기업들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기업 지원을 위한 시생산 지원센터
전라남도와 영광군은 e-모빌리티 중소기업의 생산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말, 전남도지사 주재의 기업 간담회를 계기로 e-모빌리티 시생산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중소기업들이 대형 생산 장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위탁 생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라남도, 영광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하여,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e-모빌리티 생산 기반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모빌리티협동조합을 통해 저가 부품 생산을 가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