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에서 권력의 몰락까지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윤 정부의 몰락은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그 시작점은 다름 아닌 언론 탄압이었다. 취임 초기, 미국 순방 중 잡음이 되었던 ‘바이든’ 대통령 관련 비속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을 넘어 언론과 정권 사이의 긴장 관계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해당 내용을 보도한 MBC에 대해 대통령실은 가혹한 조치를 내렸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라는 이례적 대응은 명백한 언론 배제였다. 이후 국민의힘은 MBC를 고발했고,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듯 해당 보도 취재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외교부는 정정보도 소송이라는 초유의 대응에 나섰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까지 모두가 하나의 언론사를 향해 칼날을 겨눈 형국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상황에 다른 언론이 보인 태도였다. 타 레거시 언론들은 침묵했다. 마치 자신들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는 듯, MBC의 고립을 방관하거나 외면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초기의 상황은 오히려 권력을 향한 언론의 복종과 침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때부터 언론의 신뢰도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 가장 활발한 세대들 사이에서 공영방송과 주요 신문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윤 정부는 이후에도 뉴스타파 등 비판 언론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는 반대 구호가 나오면 경호 인력이 그들을 즉시 끌어냈다. 마치 권위주의 시대의 ‘사상 검열’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정치권력은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여론을 관리하려 했고, 이를 통해 독재적 통치 구조를 정당화하려 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결국 불법 계엄 문건이라는 사태로 폭로되며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다. 국민은 더 이상 권력의 언어에 속지 않았고, 스스로 진실을 찾아 나섰다.
주목할 점은, 이 진실을 밝혀낸 주체가 더 이상 공중파나 일간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바로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였다. 현장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은 언론의 중심축을 바꿔놓았다. 한때 ‘비주류’로 치부되었던 유튜버들이 윤 정부의 불법 계엄 기도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렸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 기자증도 편집권도 없는 이들이지만, 시민의 눈으로 현장을 담아내며 기존 언론이 외면한 진실을 비추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언론 생태계가 시작되었다.
이제 언론의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레거시 언론은 광고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독립성을 상실했고, 그 자리를 디지털 네이티브 매체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시간 현장 방송이 가능해진 시대, 정보는 더 이상 특정 언론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기록하고,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정보의 생산자이자 확산자로 거듭난다.
이러한 변화는 언론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전달하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언론의 본질이라면, 오늘날 그 역할은 레거시 언론에서 벗어나 분산된 시민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이는 새로운 위험도 내포한다. 사실 확인 없는 정보의 확산, 의도적 왜곡, 선동 등의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권력의 오만과 부패를 폭로한 것은 대규모 뉴스룸이 아닌, 거칠지만 날것의 진실을 담은 시민 언론이었다. 권력과 유착한 거대 언론이 신뢰를 잃은 지금, 새로운 시대의 언론은 시민의 손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