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극단적선택, '삶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숙영 전) 전라남도교육청 자연탐구원 원장 전) 순천복성고등학교 교장 현) 김대중재단 탄소중합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아이 세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기사로 접했다. 교편을 잡은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아이들의 비극에 비통한 마음만 들었다.
실제로 아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객관적 통계로도 나타난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10대 극단적선택 비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시 중심의 교육과 과도한 경쟁, 그리고 이에 따른 학업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로 교사생활을 할 때 상담을 왔던 한 친구는 "성적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성적과 입시 부담에 시달리며,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자해와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인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위로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입시'와 '성적'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재능과 적성보다는 획일적인 기준 아래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다. 성적이 곧 존재의 가치로 평가되는 분위기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비하, 불안이 만연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마음의 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외의 사례를 보자. 핀란드는 학생 개개인의 행복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으로 유명하다. 시험 부담을 줄이고, 상담 및 심리 지원을 강화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학교 내 심리상담 기회를 늘리고, 학생의 사회성·정서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학업 성취만큼이나 학생의 정신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중요한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우리 교육도 변해야 한다. 객관식 위주의 시험에서 벗어나 주관식·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성장과 노력을 인정하는 다면적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예술, 체육, 기술 등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과목을 확대하고,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학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경쟁 일변도의 분위기를 넘어, 협력과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실패와 실수도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회성·감성 역량을 키울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고, 상담 및 심리치유 , 학교 내 마음건강을 지원할수 있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직도 대학을 어디나왔는지가 평가의 잣대가 되는 사회에서 입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 서열화와 명문대 진학만이 성공이라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대학 입학 기준을 다양화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학생정서 지원 프로그램 도입, 위기 학생 조기발견 및 신속한 개입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 지역사회 모두가 '성적=인생 성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생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내가 환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은 물론 입시 경쟁도 완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을 지닌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의 극단적 문제는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교육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낳은 결과다. 지금이야말로 평가, 과정, 문화, 지원, 사회 인식 전반에 걸친 교육적 대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