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세월, 법성 자갈금 마을의 ‘전남방조제’
김범진 법성문화진흥원 고문
조선총독부가 ‘산미 증산계획’의 미명 아래 서해안 지역에 대규모 간척 사업을 벌이자, 일본 가와사키 재벌이 법성포에 설립한 <전남농장>은 법성 진내리와 홍농 칠곡리 사이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둑을 쌓고, 250여만 평 규모의 간척지를 개간했다. 이 둑이 현재 국가가 관리하는 <전남방조제>다. 1925년 7월2일, 준공되었으니, 올해가 딱, 준공 100년 되는 해다.
나루에서 차도로… 도로망의 시작점
1935년에 이르러 길이 약 580미터의 이 방조제 둑방 길은 차도를 겸해 법성과 홍농을 잇게 된다. 그전까지 주민들은 <목맥나루>와 <샘목나루>를 이용해 나룻배로 왕래했는데, 이 둑방 길이 생겨 ‘옛 법성 서부 농협에서 월랑대를 지나 이 둑방길로 가마미까지’ 자동차가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법성과 홍농 사이는 1928년 <샘목나루>에 보행 전용인 <인도교>가 간이로 세워졌고, 이후 이 다리는 <을진교>로, 2010년엔 2차선 <을진신교>로 확장되었다. 1970년에는 법성 금메와 홍농 우봉 구간을 건너던 줄배 나룻길에 <연우교>가 들어섰다. 이 다리 이름은 고(故) 박경원 전 내무장관의 아호인 ‘연우(蓮牛)’를 따서 지었다. 법성포 내에서 홍농 사이의 ‘연우로’ 또한 그의 애향심과 지역 발전의 지대한 공을 기리기 위한 도로명이다. 이후 원전 건설과 다리의 구조적 문제로 1981년에 <홍농교>가 가설되어 <연우교>는 도로공원으로 재정비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법성과 홍농 간의 도로망은 2023년에 국지도 15호선이 4차로로 개통되면서 지금과 같은 도로망이 형성되었다.
지도에서도 포털에서도 ‘전남방조제’란 고유명이 없는 현실.
이렇게 법성-홍농 도로망의 효시가 된 이 방조제를 일제강점기에는 <목맥언(木麥堰)>이라 표기하였고, 이 고장 사람들은 <뚝방길> 또는 <언뚝>이라 하였다. 또, 갑문 지붕이 붉은색으로 보여 <붉은 다리> 또는 멀리서 보면 검은색으로 보여 <검은 다리>라고도 하였다.
되돌아보면, <전남방조제>의 탄생으로 법성과 홍농을 가르는 구암천 주변은 경작지 등으로 변했고, 홍농의 우봉, 상봉, 하봉, 법성의 삼당, 발막 그리고 전북 공음의 회룡 지역의 소금밭이 사라졌다. 또, 법성 검산, 홍농 칠곡, 전북 공음에 두암저수지가 생겼다, 더불어 공음면 두암리의 수몰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법성면 화천리로 이주하여 ‘두암 마을 사람들이 새로 잡은 터’라 하며 마을 이름을 <신두암>이라 하고 새 삶터를 일궜다. 또, 방조제 주변에는 일터를 찾은 사람들이 머물러 <자갈금> 마을을 형성하였다. 공사에 필요한 암석 발파 현장이었던 이곳은 자갈이 많아 처음에는 ‘자갈이 많은 구미(灣)’라 하여 <자갈게미>라 하였다가, 1961년에 <자갈금>마을로 법정 고시되었고, 1970년에 행정 지명인 <진내 3리>가 되었다. 또, 당시의 언론들이 사업 주체인 <전남농장>을 <川崎(천기)농장>이라 하였고, 이 고장 사람들도 <가와사키농장>이라 하지 않고 <천기농장>이라 하였던 법성리 일대는 광복 후에 <농장> 마을이 되어 1985년부터 행정 지명인 <법성5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의 흔적만 남긴 게 아니다. 「잔인한 천기농장과 백의 노동자의 참경, 수백 명 고용에 수천 명 위집, 삭전을 받아야 밥값도 못되어, 물경! 부상자 위로금 1원」, 「준공 한 달을 앞두고 수문에 휘말려 30여 명이 일시에 익사」라는 당시의 언론보도가 말해주듯 이 방조제의 공사 현장은 온 나라의 이목이 쏠렸던 비참하고 끔찍했던 현장이었다.
준공 100년이 지난 지금, <전남방조제>라는 고유명은 지도에 색인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답이 없다. 당연히 인공 지능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심지어 <영광군 관광지도>에는 <구시미나루>라고 표시되어 있다. 명색이 국가관리 방조제인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법성향지」(법성문화진흥원, 2024년 발간)의 ‘산업유적’ 편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는 이 방조제의 100년 역사를 10만여 평에 이르는 주변 유수지와 함께 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관리 주체인 국토부와 농축산부(한국농어촌공사)에 미루지 말고, 이용계획 협의 주체인 영광군에서 앞장서 <해설표지판> 세우는 일부터라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큰 기대 없이(?) 권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