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신(新)사대주의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2025-09-15     영광신문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대한민국에서 최근 드러난 개신교 대표 목사들의 친미 청탁, 무속 신앙과 권력의 유착, 무속에 빠진 대통령 부부와 고위 공무원 비리 연루, 그리고 신천지, 부산을 기점으로 한 극우 교회, 전광훈 중심의 아스팔트 세력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국가의 바탕을 흔드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 내며 유사 종교가 사회 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국과 닮은 듯 다른 나라들의 역사 속 사건들을 돌아보며 종교적 광신이 어떻게 정치와 얽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단편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는 가이아나, 존스타운(1978) ‘인간의 혁명적 자살사건이다. 미국의 인도주의적 이미지로 시작한 짐 존스의 피플스 템플(Peoples Temple)’은 가이아나의 존스타운으로 이주해, 광신적 공동체로 변질됐다. 197811, 그곳에서 900여 명이 집단 자살하거나 강제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신념의 폭주가 민주적 제도와 법치의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후 미국 사회에선 카리스마적 리더 아래 이루어지는 맹목적 집합이 얼마나 파국적인 결과를 낳는가에 대한 경각심이 깊어졌다.

두 번째는 일본의 옴 진리교(Aum Shinrikyo/1995)의 테러다. ‘Aum Shinrikyo’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저질렀고, 13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상처를 입었다. 이는 종교적 광신이 직접적인 테러로 이어진 충격적 사례다.

세 번째는 일본의 통일교 관련 사건이다. 2022년 아베 신조 총리 피살 사건 이후, 자민당과의 긴밀한 관계로 논란이 된 통일교의 일본 지부는 종교단체로서의 법인 지위를 정부가 해체할 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는 정치인과 종교의 결탁이 국민 정서를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네 번째는 브라질의 에반젤리컬과 극우 정치의 경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바 있는Apocalypse in the Tropics는 브라질에서 에반젤리컬 목사들이 극우 정치세력, 특히 볼소나루와 얽히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과정을 조명한다. 종교적 유명인이 정치 후보를 하나님의 선택으로 포장하는 장면은 신앙심을 이용한 정치의 왜곡을 잘 보여준다.

다섯 번째는 터크메니스탄, 니야조프의 루흐나마 교리의 이용이다. 단순한 종교는 아니지만, 사팜루트 니야조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루흐나마를 사실상 국가의 교리로 만들며 이를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학교와 관공서, 심지어 운전 면허 시험조차 해당 교리에 기반하도록 한 이 독재적 종교 권력화는 국가 자체가 신앙 체계가 되는 전형적 모델이었다.

여섯 번째는 중국이다. ‘Church of Almighty God’와 정치 왜곡이다. 중국 정부가 비()공식 종교단체인 ‘Eastern Lightning(동방 번개)’이나 ‘Church of Almighty God’을 사이비 종교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탄압해 왔다. 일부 한정적 정치 메시지 확산과 연계된 활동도 문제가 되었다. 여기는 종교 탄압의 문제로 세계사의 기록에 올랐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종교와 권력의 맞물림은 과거 다른 나라들이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카리스마형 리더, 정치권력의 종교 활용, 그리고 신념에 기반한 집단적 행동의 극단화, 이 세 요소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민주주의와 사회 안정을 위협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역사들을 되새기며, 종교와 정치의 경계, 국가의 역할, 시민의 비판적 판단력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저 불신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한 민주주의는 종교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때 더욱 탄탄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는 미국, 무속 법사는 친일, 나머지 사이비 종교 역시 깊은 사대주의에 빠져 있으니 나만 이해가 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