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출신 청년들의 도시정착 ‘빚으로 시작하는 계단’”
국형진 청소년자람터 오늘 총무이사
영광이는 영광에서 태어나 인서울 대학 진학하여 고향 또래들과 비슷한 학부모님들 중에는 나름 알려진 성공한 진학 케이스로, 비싼 서울 집값과 학비, 생활비 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경험과 대학에서 제공되는 정보, 서울에 살다보니 중앙기관과 대기업, 공기업 종사자들처럼 대학생이 선호할만한 모델들이 주변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대학 저학년때는 의례 저런 사람들처럼 살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었다.
하지만 점점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해야할 시기다 다가오지만, 남들처럼 쉽게 취업할만한 스펙을 갖추거나,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남들처럼 휴학도 하고, 인턴경력도 쌓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자격증 시험과 어학시험, 교내외의 공모전 등의 스팩을 쌓아가느라 대학생활은 5학년을 넘어 6학년이 되어도 생각한 만큼 충분한 스펙을 만들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을 점점 마주하게 된다.
그나마 학생시절에는 학교 울타리라는 안전망 안에서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안도감 속에서 지내오지만, 시간이 지나 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어째 주변 분위기는 당장 취업을 하는 것보다, 여행과 취업준비를 하며 급하게 취업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영광이처럼 지방에서 올라가 정착을 해야 하는 친구들은 취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결국 대학 초년생때 생각했던 번듯한 직장보다 못한 취업이 가능한 곳에 취업하며, 더 준비해서 나은 직장으로 이직해야겠다는 현실적 타협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학창 시절이 끝났다는 것은 영광이에게는 더 현실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가온다. 이제 고향에서 부모님께서 도와주시던 고향 장학금 없이 자신의 수입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물론 대학시절 국가 장학금에서 받은 학자금, 생활비 대출금을 이제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되고, 생각보다 많지 않은 급여에서 주거비, 생활비, 통신비, 대출상환금 등이 나가면, 돈을 벌고 있는데 돈이 없는 이상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 미디어에서 보던 청년 빈곤이라는 단어가 이제 현실로 훅 다가오며, 남은 20대는 대학에 다니며 만들어진 대출금을 갚는데, 온통 들어갈 것이며, 30대 초중반 어딘가에 시점에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날이 오게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끊임 없는 자기개발로 IT, 어학 과정 수강료와 현장에 필요한 자격취득을 위한 학원비, 응시료 등 미래에 상승할 소득을 담보로 하는 현재의 지출은 지금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교육 투자 자체는 생산적이지만 고금리 국면에서 아직 다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의 이자 비용은 총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며, 특히 영광이처럼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들은 단기 현금 흐름이 더 악화되고 스펙을 쌓는 동안 신용 점수는 깍이는 모순적인 현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타게 되는 신용의 미끄럼틀은 연체, 점수하락, 금리상승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힘든 삶속에서 기댈건 부모님 밖에 없는데, 부모님의 노후 자금에 기대어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영광이와 그 부모님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팍팍한 현실에서 영광이는 제대로 된 식사도, 멋진 이상형의 이성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모두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낼 뿐,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기약도 없이, 반짝거리는 도시의 멋진 삶속의 회색빛 건조한 삶의 모순을 견뎌내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 성적이 아니라, 소득생활에 대한 기초, 집을 얻어야 하는 지식, 자신을 축척할 수 있는 자산 관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 활용 등 삶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훨씬더 필요해 보인다. 어디에 살든지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지킬 수 있는 성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