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땐 내 덕, 안되면 남 탓”
김삼갓
이상하다. 성공했을 땐 “우리의 노력 덕분”이라 자화자찬하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남 탓”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성공은 내 공이고, 실패는 남 탓이다. 언제부턴가 이게 정치와 운동의 기본 매뉴얼이 돼버렸다.
‘함께 하자’고 외칠 땐 연대의 이름을 팔고, 막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는 피해자”로 변신한다.
책임은 나누지 않는다. 공은 쪼개 쓰지만, 책임은 통째로 남에게 떠넘긴다. 그럴 땐 늘 같은 멘트가 등장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행정이 부족했다.” 이쯤 되면 무책임도 기술이다.
정책의 성패는 구조와 제도, 그리고 정치인들의 진심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언제나 원인 분석보다 남 탓이 먼저다.
“기회가 불공정했다.” “행정이 무능했다.” 이런 태도야말로 진짜 변화를 가로막는다.
동의 한마디 없이 이름과 번호를 받아 적으면서도, 그걸 ‘좋은 뜻으로 한 일’이라 포장한다.
좋은 뜻이면 다 괜찮다는 만능키, 참 편리하다. 좋은 뜻이면 법도 예외가 되고, 절차도 장식이 된다. 그들의 선의는 늘 남의 권리 위에 세워진다. 참 편리한 정의다.
진짜 실력자는 결과로 말한다. 하지만 자기 확신에 취한 사람들은 늘 ‘남 탓’으로 버틴다.
그들은 실패를 성찰의 기회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마저 ‘정의로운 저항’으로 포장한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책임을 피하는 정의는 공허하고, 남 탓에 기대는 신념은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스스로를 정의롭다 믿는 이들이 진짜로 정의롭고 싶다면, 먼저 거울부터 봐야 한다. 내 탓이 하나도 없는 싸움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