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바람이 만드는 영광의 미래 ③

2025-11-17     영광신문

영광군이 기본소득위원회 출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개발이익 공유 조례와 기본소득 조례 제정 등 전담조직 및 제도를 마련하고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활용한 영광형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영광형 기본소득 개념과 시스템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례로 본 기본소득 영광형 모델이 넘어야 할 길

기본소득은 이제 더 이상 추상적 담론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제도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는 공통된 사실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재원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될 때 기본소득은 지역을 변화시킨다.” 영광군이 추진 중인 영광형 기본소득은 바로 이 경험적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례로 검증된 기본소득의 가능성= 기본소득 실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은 미국 알래스카주다. 1982년부터 시행된 알래스카 영구기금 배당금 제도(Permanent Fund Dividend)’는 석유 개발 수익을 주민 모두에게 매년 현금으로 지급한다. 지급액은 유가와 기금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지만, 2023년 기준 1인당 약 1,300달러가 지급됐다. 알래스카의 사례는 공유자원(석유)의 수익을 모두의 몫으로 나누는 제도가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2017~2018)은 국가 차원에서 처음 실시된 제도 실험이었다.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월 560유로를 2년간 지급했다. 결과는 단순한 소득효과를 넘어, 삶의 만족도·정신건강·사회참여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기본소득은 게으름의 제도가 아니라 삶의 안정이 생산성과 사회참여를 높이는 제도임이 입증됐다.

두 사례는 제도의 단순한 지급효과를 넘어 경제적 불안이 줄어든 사회가 얼마나 더 건강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알래스카의 경우 지역 내 소비가 촉진되고, 핀란드에서는 시민의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지며 공동체 참여율이 상승했다. 이는 기본소득이 복지정책을 넘어 경제·사회 통합을 이끄는 시스템적 정책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사례가 남긴 교훈=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명확한 재원 구조, 사회적 합의, 기본소득의 투명성을 강조한다.알래스카는 석유 개발이라는 확실한 공유부 자산을 기금화했기 때문에 제도의 지속성이 확보되었다.반면 핀란드는 실험 이후 전국 확산에는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한 재원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재원을 누구의 권리로 어떻게 돌려주는가가 기본소득 성공의 핵심이다.영광형 기본소득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재생에너지라는 현실적 자원이 존재하고, 그 이익을 군민의 권리로 재설계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광은 공유부(共有富)’ 개념을 실질적 제도로 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석유나 광물 같은 고갈형 자원 대신, 햇빛과 바람이라는 재생 가능한 자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적 시혜가 아닌,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새로운 공공경제의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국내의 시도와 한계=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 또는 이익공유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대표적인 것이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이다.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 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한 이 제도는, 소비 확대와 청년 체감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연령 제한·소득 기준·재원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전국 확산에는 한계를 보였다.

또한 전남 신안군의 태양광 발전 이익공유제는 지역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해 배당을 받는 구조다. 그러나 이는 참여자 중심의 투자형 모델, 보편 지급의 기본소득과는 다르다.안산시의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소역시 수익 배분 효과는 있었지만,참여 범위가 제한되어 공유부 배당의 취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국내 사례는 영광형 모델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단발성 복지나 제한적 참여가 아니라, 군민 전체가 공동 소유자이자 수혜자가 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광형 모델의 차별성= 영광형 기본소득은 기존의 국내외 모델과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첫째, 재생에너지라는 지속 가능한 공유부 자원을 기초로 삼는다. 이는 석유나 광물처럼 고갈형 자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에너지 자산이다. 둘째, 보편 지급 원칙이다. 이는 정책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핵심 장치다.

셋째, 기본소득형과 주민참여형을 병행하는 이원적 구조를 채택했다. 기본소득형은 군이 재생에너지 수익 일부를 기금에 적립하고, 이를 전 군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주민참여형은 군민이 직접 에너지 사업에 투자·참여하여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단순히 기본소득이 주도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군민이 경제 주체로서 지역경제에 참여하는 제도적 구조다. 이를 통해 일부 군민은 직접 참여형 수익을 얻고, 전 군민은 보편적 배당을 받는 이중 분배 구조를 실현한다. 이 구조는 전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혼합형 공유부 배당 시스템으로,복지와 경제 참여를 결합한 새로운 지역모델로 평가된다.

 

#영광이 얻어야 할 교훈과 전략적 과제= 해외와 국내 사례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세 가지다.첫째, 명확한 재원 구조가 있어야 한다. 정책의 시작보다 지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적 수용성이다. 군민이 내 몫이라는 인식보다 공동체의 권리로 받아들일 때 제도가 안정된다. 셋째, 법적 제도화다. 조례나 운영위원회 등 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되는 사업은 단체장이 바뀌거나 예산 상황에 따라 중단될 위험이 있다.

영광형 기본소득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단계별 추진전략과 제도 설계 로드맵을 마련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익을 기본재원으로 삼고, 군민 전체를 수혜자로 하는 구조는 전국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모델이다.

 

#타인의 실험 위에 세운 현실적 모델= 기본소득은 이상이 아니라 축적된 현실이다. 다만 대부분의 시도가 한정된 대상불안정한 재원으로 인해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영광형 기본소득은 이 한계를 넘어 재생에너지라는 현실 자원을 기반으로 한 공유부 배당형 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영광은 이제 실험이 아니라 실행의 단계에 서 있다.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낸 이익이 군민 모두의 권리로 돌아갈 때, 지역은 비로소 새로운 경제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것이 영광형 기본소득이 국내외 사례에서 얻은 교훈이며, 지방에서 시작하는 지속 가능한 복지경제의 첫 모델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