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영광방송 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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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 수수께끼--------

오늘은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 신내림과 무병(巫病)에 대해 알아보자.

병원을 백방으로 다녀봐도 원인은 알 수 없고 사람은 시름시름 시월 낙엽처럼 시들어 가는데 잠자리에만 들면 같은 꿈은 반복되고 눈빛은 허공에 머물러 공허하고 몸에서는 따스한 기운 대신 차가운 바람이 감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일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의 자식’으로 점지되어버린 안타깝기 이를데 없는 무병(巫病)이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무당들의 8할 이상이 직업상 신내림을 받은 것이라면 2할 정도는 정말로 신까머리(神氣)가 붙어서 운명적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신의 자식이고 보면 그냥 그들 자신만의 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무언가 알수 없는 수수께끼가 존재 하는 것은 아닐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신내림 굿판 한번 가본 일이 없는 사람이 굿판에서 신기가 오르면 스스럼 없이 작두위에 맨발로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한번 입에 담아 본 적도 없는 신들 이름을 이웃집 친구 이름 외듯이 줄줄이 풀어낸다. 이것은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니다.

황해도에서는 내림굿을 소슬굿이라고 하는데 무병을 앓는 사람을 허첨굿으로 잡귀를 몰아내고 내림굿으로 신을 내리고, 그 신이 완전히 솟아 오르도록 소슬굿을 한다. 그리고 무당은 어려서부터 조짐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주위에서도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무당이 되어 있음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신까머리는 무당의 내력이 있는 집안의 사람에게 잘 달라 붙는다. 어쩌면 이것은 운명적인 것이어서 거부하고 싶어도 본인의 마음일뿐 몸은 서서히 빠져 들어간다. 끝까지 거부하고 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결국 정신이상 증상이나 시름 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8할 정도 되는 무병없이 무당이 되는 사람들은 무어라고 부를까? 신내림을 받지 않은 무당을 통상 세습무라 부른다. 그리고 한가지 알고 넘어갈 것은 무당이라는 용어이다. 사실 무당이라는 용어는 근래에 들어와 사용된 것 같다. 과거의 관련 서적에서는 보이지 않는 단어이다. 주로 무격(巫覡)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고 원래 무당(巫堂)이라는 어의는무격들이 기도하는 장소를 이름이다. 즉, 남무와 여무를 통칭하여 무격(巫覡), 혹은 국무(國巫), 사무(師巫), 아무(衙巫)등의 단어는 사용 되었지만 무당이라는 말은 옛기록에는 보이지 않는다. 좀도 자세히 말하자면 기원전 4세기에 써진 초어(楚語)에 보면 「명석하고 총명하며 두루 깨달을 수 있는 사람에게 귀신이 강림하게 되는데 남자에게 임하면 격(覡)이라 했고 여자에게 임하면 무(巫)라 하였다」고 되어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여자는 무당이요, 남자는 박수로 구분하는 것과는 조금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고서에 巫堂은 없어도 巫黨이라는 표현은 간혹 쓰기도 한 모양이다. 규장각에서 발견된 무당내력(巫黨來歷)이란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무당도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무속(巫俗)이란 말도 쓰이지 않던 말이다. 무당에 대해서 상당히 깊이있게 연구했던 김태곤 교수의 서술을 참고해 보면 「필자는 한국 안에서는 한국어로 원어인 무속(Musok)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해 왔고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할 경우에 한해서만 무속과 가장 가까운 말을 선택한 것이 샤머니즘(Schamanism)이었다. 무속을 샤머니즘이라 번역하는 경우에도 무속을 곧바로 샤머니즘이라 번역할 수 있겠느냐는 이견과, 무속 자체가 샤머니즘이라는 두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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