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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으로 인해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의 현실은 간단치 않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 문제는 단순히 총인구의 산술적 감소만이 아닌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 변동을 동반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 본질은 수도권 과밀화와 농산어촌 과소화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이다. 저출생 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 농촌안에서도 읍과 면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격차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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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5.11.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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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앞에 ‘기본’이 붙어 있다. 기본소득! 단순하게 해석하면 사람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 도래한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으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12.3 내란으로 얼어붙은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두 차례에 나누어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지급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게 여겨졌던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두 번의 굵직한 정책 시행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주요 아젠다로 자리잡는 추세다.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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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5.10.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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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도저히 못하겠어요.” 어느 날, 요양보호사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치매를 앓고 계신데다 거동이 불편하고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목욕하기를 극도로 거부하셔서 애를 먹었다. 어르신의 몸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어야 했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과 눈맞춤하고 이야기를 듣고 감싸 안으며 어르신과의 교감에 정성을 기울였다.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어르신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돌봄의 시간이라고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르신과의 관계가 친밀해지자 드디어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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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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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만의 폭우다. 7월부터 8월초까지 내린 극한 호우가 엄청난 파괴력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폭우 참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7월 한 달간 내린 비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하천이 범람하며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대규모 피해가 잇따랐다. 이 비로 발생한 이재민만 2천명이 넘었고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국지적으로 단기간에 내리는 폭우의 빈도와 강도는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번 호우 피해의 대부분이 고령화, 과소화 된 소멸위기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은 많은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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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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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됨으로써 나는 시간에서 자유로워진다. 내가 있는 공간이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 맞춰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는 규율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설령 누워서만 지내게 되어도 정신까지 그 자리에 묶여 있지는 않는다. 자식의 얼굴을 잊어버림으로써 부모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신선하다. 분노와 증오에서 잘 벗어나게 되고 기쁨을 느끼기 쉬워진다.” -무라세 다카오, (2024) 중에서치매에 걸린 노인의 일상을 묘사한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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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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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의 작은학교가 있었다. 사람들이 떠나가는 농촌 동네에 남은 유일한 교육기관. 이 학교가 사라진다면 마을의 미래는 영영 닫혀버리고 말 것이다. 절박했다. 지역사회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묘량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교육소멸의 위기속에서 출발했다. 폐교를 막으려는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끈질긴 노력 끝에 작은학교는 기사회생 할 수 있다. 이제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지속가능한 묘량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지역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반대로 지역이 사라진다면 지역교육도 없어질 것이다. 교육이 더 이상 학교만의 전유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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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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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을 장식하기 위하여/꿈을 꾼 것이 아니다./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나는 나의 호수의 돌 깔린 기슭이며/그 위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내 손바닥에는/호수의 물과 모래가 담겨 있으며/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내 생각 드높은 곳에 떠 있다.”(헨리 데이빗 소로우)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울림이 있는 성찰이 담긴 불멸의 책,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을 덮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깨끗하다는 말로는 부족할만큼 청명한 쪽빛 하늘 아래 풍성한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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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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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독서습관은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보통 한 권의 책을 세 번쯤 읽는다.첫번째, 정독하거나 통독하거나. 책의 종류와 읽는 목적에 따라 정독을 하는 경우도 있고 통독을 하기도 한다. 보통은 책 선택에 실패할 경우 통독을 하지만, 대부분은 정독을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서적이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 같은 경우는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는 독자로서의 충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장을 덮자마자 휘발되어 버리는 독서가 아니라 남는 독서가 되려면 읽는 행위 그 자체에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두번째, 밑줄 그은 부분 위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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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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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맹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델타변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재확산되는 중이다. 바이러스의 영원한 종식은 없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은 아닐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과 비극은 더 빈번하게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기후재난, 감염병의 창궐, 빈곤과 양극화, 전쟁과 학살이 여전한 세계에서 절망은 켜켜이 쌓여가는데 희망은 쉬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 나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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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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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마을의 사회복지사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주간보호센터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어서 한번도 문 닫지 않고 운영중이다. 지금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무탈하게 시설을 지켜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돌봄의 공백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로 센터가 문을 닫게 되면 당장 한끼니 챙기기도 곤란한 어르신들이 계신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시설, 복지시설이 문을 닫았다. 돌봄의 공백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이어졌다. 생계 곤란과 빈곤의 절벽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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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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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모래 같았다. 움켜쥐었지만 이내 스르륵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된 최초의 보편적 ‘현금성 복지’ 혜택이다. 예상했던 대로 반짝 효과였다. 잠깐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재난지원금이 소진되자 소비는 다시 축소되었다. 재난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호할 수 있는 확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긴급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일시적’ 처방임은 분명하다. 모든 시민이 시군구, 읍면동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복지급여는 대략 360여가지가 넘는다. 한국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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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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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멀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드라마 에 나오는 대사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코로나 감염 사태는 특히 '교육' 분야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학교 교육 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과밀화, 집중화된 도시지역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환경이 되었다. 등교 중지에 따른 학습과 돌봄의 공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농촌 시골의 현실도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다. 로컬 담론이 유행하고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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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6.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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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는 '토지, 노동, 화폐는 상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자본주의가 토지, 노동, 화폐를 상품으로 만들고 개발지상주의에 몰입한 대가로 사람들간의 연결망은 단절되고 공동체는 해체됐다. 삶에 대한 위기의식이 '마을'을 소환했다. '마을'이라는 인간생활의 최소단위를 생태적, 인간적으로 복원하고 풀뿌리 단위의 자립과 자치를 실현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마을'이라는 이름을 단 각종 '사업'들이 중앙부처부터 지자체까지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이렇게 재탄생한 마을들은 과연 지속가능할까? "실적 위주의 마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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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5.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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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우리가 알던 경제 성장은 끝났다. 아니, 결딴났다.” ‘석유정점'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리처드 하인버그는 책 의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성장'이란 경제의 전체 규모가 커지고, 즉 경제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고 통화 회전율이 증가하고 경제에 흘러드는 에너지와 재화의 양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일시적, 상대적으로 경기가 상승 하강을 반복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인류의 역사가 ‘성장의 종말'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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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5.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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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6일 영광군의 교육 비전 수립을 위한 원탁토론회가 열린다. 영광 교육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영광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영광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영광군교육참여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에는 영광 교육의 전망과 과제에 관해 고민하는 군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필자의 기억에 영광지역에서 주민들의 참여로 지역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는 처음인 것 같다. 지역 교육 문제는 지역의 정주 여건 및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특히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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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4.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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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더 높은 규범에 이르는 길을 찾는데 있어 마하트마 간디만큼 훌륭한 본보기는 없을 것이다. 간디는 50년 이상을 대중을 위해 봉사하고 수억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의 하나였던 영국에 대항했다. 간디는 화려한 제복을 입지도 않았고 군대를 지휘한 적도 없으며 정부 요직을 맡지도 않았다. 그 대신 간디는 진실과 비폭력이라는 신조를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스스로 그 신념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일생에 걸친 봉사를 통해 전 인류의 조화를 몸소 실천해보였다.간디는 성공적인 리더가 갖추어야 할 많은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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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3.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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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한파가 마을을 휩쓸었다. 주간보호센터가 사흘 연속 문을 열지 못했다. 도로가 얼어붙고 마을이 고립되었다. 하얀 눈에 뒤덮여 시간이 정지한 듯한 마을은 '잔혹동화' 같다. 아름답지만 위험하고 반짝이지만 외롭다. 시골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폭설, 한파, 폭염, 태풍과 같은 날씨는 그 자체로 위협이다. 주간보호센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자립생활 불능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매우 곤란해진다.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추억 속 시골 동네 풍경은 옆집 숟가락 갯수가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가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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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1.02.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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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새로운 천년에 우리가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재앙과 사회적 붕괴를 피하려면, 우리는 지구촌을 포기하고 세계화 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중심의 경제를 껴안지 않으면 안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1992년에 출간한 에서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서문’에 쓴 말이다. 30년 전의 예견은 적중했다. 지구 환경 생태계를 파괴하고 개발과 성장에 몰두한 결과, 인류는 환경 재난과 경제 파탄이라는 두 개의 파국적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그 정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것은 대자연의 준엄한 경
여민동락에서
영광신문
2021.01.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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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라는 책을 쓴 김탁환 작가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 책에서 농촌에서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삶, 그 안에 담긴 본질적 가치에 대한 아름다움을 역설했는데, 내가 알고 내가 살고 있는 농촌의 현실은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그 책의 제목이 참으로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물었다. “농적 가치를 지키는 삶은 굉장히 고단하다. 농업농촌을 홀대하고 농부를 천대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농촌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런데도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여민동락에서
영광신문
2020.12.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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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책의 계절이 왔으니 잘 알려진 소설책 한 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탁월한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은 판타지, 추리, 휴먼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흡인력있는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생계형 3인조 좀도둑 쇼타와 고헤이, 아쓰야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중 사람없이 버려진 낡은 건물로 숨어든다. 하룻밤만 숨어있을 요량으로 들어간 이들은 믿기 힘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밤중에 잡화점 우체통에 툭하고 떨어진 편지 한 통. 누가 넣었는지도 모르는 고민 상담 편지를 받은 3인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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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신문
2020.11.09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