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사)여민동락공동체 이사

인구절벽으로 인해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의 현실은 간단치 않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 문제는 단순히 총인구의 산술적 감소만이 아닌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 변동을 동반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 본질은 수도권 과밀화와 농산어촌 과소화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이다. 저출생 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 농촌안에서도 읍과 면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격차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학교가 사라지고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마을을 떠나야 하는 교육 이주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육 문화적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면 단위 주민들의 처지는 교육 난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술적인 인구 증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다. 지역 주민들이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가에 착목해야 한다. 교육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지역 내 경제, 복지, 문화 등과 결합된 생활생태계의 핵심 구성 부분이다. 생활생태계가 건강하고 활성화되어야 교육도 살아난다. 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 변동으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환경과 구체적인 현실을 면밀히 살펴야 하고 그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맞는 인구정책과 교육정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에서 인구 위기는 곧 교육돌봄의 위기이다. 마을과 교육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마을이 살아야 교육이 살고, 교육이 살아야 마을은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사회 문제 해결의 해법을 학교 교육을 외과수술하는 방식으로 찾겠다는 발상은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사회가 엉망인데 학교만 달라질 수 있나? 이기적인 욕망들을 그대로 두고서 교육만 핀셋으로 집어내 듯 바꾸는 게 현실가능한 일인가? 교육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구조를 반영한다. 사회와 교육의 선순환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와 교육의 미래 모두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좋은 사회라야 좋은 교육도 가능하다. ‘좋은 교육이 있어야 좋은 사회는 지속가능할 것이다.

학교 교육에 있어서 지역은 배움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키워가는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교육화와 교육의 지역사회화는 쌍방이 통합적인 기능을 발휘할 때 지역교육력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묘량중앙초등학교의 경우 6년째 지역사회와 함께 묘량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의 협력이 촉진되면서 마을 안에서 학교의 위상도 높아지고, 학교가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수준과 폭도 확대되었다. 묘량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을의 자연 자원, 역사 자원, 사회 자원들은 의미있게 호출되었고 교육적 가치를 부여받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교육과정의 마을교사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지역교육생태계의 연결망이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지역교육력 강화로 이어졌다. 묘량마을교육과정을 통해 특색있고 다양한 배움이 가능해지고,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회가 지원 역량으로 참여하면서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가 올라갔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묘량중앙초등학교는 마을을 품은 학교, 학교를 품은 마을라는 묘량마을교육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며 묘량면의 지속가능한 재생과 발전을 위한 실천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학교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학생수를 늘리는 접근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재구조화하는 적극적인 지역사회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교육력은 넓은 의미에서 학교 교육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학교 따로 지역 따로 단절된 시각에서 탈피해 지역 속의 학교’ ‘지역교육력의 핵심 구성 부분으로 기능하는 학교’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참여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학교가 교육, 문화, 돌봄의 지역적 거점으로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사회와 선순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호혜적이고 협력적 교육네트워크로 재구조화하고 교육청, 지자체, 학부모, 주민조직, 사회적경제조직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다층적인 교육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아이는 지역의 힘으로 키운다는 관점을 정립하고 지역사회 내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역 교육 문제가 지역사회 공론장에서 토의되고 지역 정책 아젠다로 채택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교육 비전에 대한 수립, 지역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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