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대선 과정에서 한 후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는 말을 해서 한 때 국민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쉘 실버타인(1932~1999) 이라는 미국 작가가 쓴 동화(童話) 제목이다. 아주 짧은 그림책 이야기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도 큰 감동을 안겨준 명작이다. 단 20세기 말에야 발표된 작품이어서 장년층 보다는 청년층에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이 동화는 나무 한 그루가 한 소년에게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는 헌신적인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무는 어떤 불평도, 아까워하는 마음도 없이 잎과 열매, 가지, 몸통을 차근차근 소년에게 다 내어 준다. 나무는 힘없는 늙은이가 되어 돌아온 그 옛날의 소년에게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쉬어갈 의자로 내어 준다. 나무는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3.02.01 12:42
-
“품행이 단정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하여……” 이는 1980년대 이전까지 각급학교의 종, 졸업식에서 소수의 학생들에게 수여되었던 우등상장의 문구이다. 그 때는 학기, 년도 단위로 학생 개개인의 품행과 성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학급, 학년 구성원들과 비교하여 상위 5~10%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우등상을 주었다. 품행이 단정해도 학업성적이 뒤지거나, 학업성적이 우수해도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면 우등상을 받을 수 없었다. 간혹 공부만 잘하면 우등상이 주어지기도 했지만 우등상장 문구는 수장자로 하여금 행동을 단정히 하고 선행도 실천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 1980년대 초 이후 우등상은 학교에서 사라졌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상은 선행상, 근면상, 봉사상, 공로상, 학업성취상, 학업진보상,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12.28 12:29
-
앞으로 며칠 있으면 12월이 된다. 12월이 오면 초·중·고등학교의 겨울방학이 차례차례 시작된다. 학부모들은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어떤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방학을 앞둔 시기에는 가만있어도 각종 사교육 광고와 정보가 밀려오기 때문에 그 때마다 불안해지는 것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할 텐데 내 아이만 그대로 두면 뒤쳐진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은 자율적인 학습 능력·습관 형성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용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릴 때 공부에 질려버리면 커서도 공부를 회피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어려서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스스로 학습’은 자신의 학습 능력과 욕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11.23 12:48
-
이 가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말춤」이 지구촌을 석권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5천만 한국인들을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안겨주었다. ‘인기가 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는데…?’하는 바램이 곧 그 부담감이다. 연예계의 인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거품처럼 쉽게 스러져버렸던 예가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내친 걸음이니까 인기가 장기간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마치 비틀즈의 인기가 한세기를 넘기면서까지 유지되는 것처럼…모두들 신기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지? 기적이라고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한 연예평론가는 ‘섹시 이미지를 표출하는 단순한 동작의 춤과 엽기적인 노랫말이 감성의 소통을 촉진했다’라고 했다.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10.19 11:40
-
추석이 가까워지면 산야 여기저기에서 예초기(乂草機)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강도(데시벨)를 측정하면 분명히 소음(騷音)으로 분류되겠지만 멀리서 듣다 보면 ‘누가 벌초를 하나보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잘하는 일이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계음이지만 산자락에 부딛쳐 메아리지는 소리는 오히려 들을만하기도 하다. 산새들도 처음에는 굉음(轟音)에 놀라 도망갔다가도 곧바로 풀이 베어진 자리에서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모여든다고 한다. 옛날에는 묘지기나 마름에게 사래전답이나 사래쌀을 주고 벌초를 시키거나 묘소 가까이 사는 친인척 또는 지인들에게 미리 벌초를 부탁하고 추석날 성묘길에 찾아가 사례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시골에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모두 도시로 떠났고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9.07 11:33
-
예로부터 영광 땅은 사람 살기 좋은 땅으로 일컬어져 왔다. 역대 지리지(地理誌)와 각종 사서(史書)에서도 ‘영광이 가히 사람 살만한 땅’이라 할 수 있느 기록들이 발견된다. 300여 년 전의 실학자 이중환(李重煥)도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 총서라 할 수 있는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를 통해 ‘영광을 살기 좋은 땅’으로 지칭하였다. “샘물에 장기(瘴氣:요즘 말로 치면 수질오염)가 없고…, 물과 산이 아름답고…, 해안에 민가(閭閻)가 빗살처럼 촘촘하고…,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물산(物産)이 모이고…”라고 했다. 그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 의하면 지리(地理:풍수지리를 말함), 생리(生利:요즘 말로 치면 산업 또는 일자리), 후한 인심(人心),정서를 화창(和暢)하게 해주는 산수(山水) 4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7.27 13:32
-
지난 6월 5일자로 법성포단오제의 주요 무형문화재 지정이 예고되었다. 그러니까 7월 5일까지 1개월 동안에 특별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 한 법성포단오제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법성포’라는 지역 명칭이 붙은 문화재가 명실공히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인정되는 것이다. 과거의 다른 문화재 지정의 사례를 볼 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7월 5일의 결과는 결코 나쁘지 않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자축 분위기를 띄우느라 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에서는 성급하게도 이미 지정이 확정된듯한 문구도 발견되는데 그동안 너무나도 간절하게 문화재 지정을 소망해온 소이일 것이니 7월 5일 문화재 지정이 확정된다면 그 정도는 애교 넘치는 실수였다고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8년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6.22 13:20
-
필자는 교직에 있을 때 학교마다, 지역마다 학생들의 언어문화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 바 있다. 당시 내 나름의 비교 기준은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사용 빈도였는데 근무했던 14개 초등학교 학생들의 언어문화는 같은 영광군 안에서도 마을과 가정의 언어문화와 무관치 않은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언어문화는 어른들의 언어문화를 비추어주는 거울이 아닌가 싶었다. 요즈음 학생들의 일상 언어문화에서는 그 동안 학교에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옛날보다 더 욕설, 비속어가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었다 할 수 없는 현상들이 너무나 많이 목격된다. 나는 몇몇 중등학교와 멀지않은 곳에 살기 때문에 우연히 하교하는 학생들의 뒤를 따라 걷다가 본의아니게 가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5.18 12:13
-
지금의 30대, 40대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놀이터와 골목길에서는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녁 먹어야지’하며 아이들 손을 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엄마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날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는 신호였다. 그때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받침 없는 한글 정도와 열 손가락 이내에서의 덧셈 정도만 익혀두면 충분했다. 입학 후에도 저학년 때는 공부에 대한 부담이 별로 크지 않았다.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나 수학 심지어 논술까지 가르치는 학원과 과외가 성행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과 과외를 돌아야 했고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4.13 12:57
-
학교폭력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피해 사례들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매번 에이고, 가해 사례들은 자식 가진 부모들의 가슴에 매번 공포심을 불어넣는다. 2011년에 경찰이 입건한 학교폭력 사건은 2010년에 비해 90% 증가했다고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같은 추세로 나아간다면 2013년에는 2010년 대비 550%로 증가하고, 2015년에는 1900%로 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두렵기까지 하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이 시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긴장의 끈을 바투 잡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건의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이 바로 내 아이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드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학교폭력 근절에 동의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3.09 12:26
-
연어라는 물고기는 알래스카 연안에서 몇 년간 성장한 후 산란기가 되면 동해 연안의 모천(母川)으로 회귀한다는데, 그들은 그곳이 산란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고 그 장소를 기억해 그 먼 길을 찾아오는 것일까?매년 설이나 추석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80%에 이르는 3천만 명 이상이 불편함과 번잡함을 무릅쓰고 귀향을 되풀이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느끼거나, 무엇인가 바라는 바가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아직까지 사람들은 이처럼 희귀현상이나 귀향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만인이 ‘아 그렇구나’하고 공감할만한 명쾌한 설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과학적인 결론이라며 ‘본능’또는 ‘생명현상’이라고 설명하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2.02.03 13:09
-
동지와 크리스마스 문화는 발생 배경이 전혀 다른 이질성(異質性) 문화이다. 동지는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의 천문(天文)현상이 그 연원(淵源)이고, 한 시점에 해歲)와 해의 전환(轉換) 의미를 부여한 후 그를 기념하며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를 창시한 예수의 탄생이 그 연원이며, 그 탄생 자체를 찬미하고 감사하는 날이다.풍물·풍속도 전혀 다르다. 동지의 풍물·풍속으로는 새해 책력(冊曆) 선물, 동지사(冬至使 : 조선시대 매 년 동짓달에 중국에 보내던 사신) 파견, 팥죽 등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세상 문물이 변했기 때문에 동지팥죽 끓여먹기만 남아서 행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풍물·풍속으로는 산타, 캐럴, 트리장식 등이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지역에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1.12.23 12:48
-
박자이/ 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 통일부 교육위원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두 차례나 극찬한바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를 불과 50여년 만에 오늘날과 같이 발전시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보다도 한국 교사들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필자는 ‘오바마가 한국의 어미니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구먼’하는 생각을 했다. 사임당(師任堂)이나 한석봉의 어머니 같은 분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인지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과 지혜는 그동안 세계에서 최고로 잘 발휘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온 것은 교사들이었다 할지라도, 그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우어주고 지혜를 일깨워준 것은 우리 어머니들이었다. 우리 어머니들의 말씀 -‘선생님 우리아이 사람 만들어 주셔요.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1.11.18 11:12
-
1940년대 일제 말기 영광지역에서는 당시의 선각자들에 의해 신문화 도입, 보급 활동이 진취적으로 전개되었다.당시의 영광은 문한, 음악, 연극,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도의 문화 선진 지였다. 그리고 그때 그들이 창작해 남긴 작품들 중 몇몇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가히 명작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풍부⌟라는 노래는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지역민들의 애호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유수의 향토문화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추풍부⌟의 가사는 3절이고 곡은 단조(短調)이다. 노랫말은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농촌의 풍경과 식민지 민초들의 애환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음계로 만 이루어진 선율은 당시 식민지 수탈과 전쟁 동원에 시달리고 우리고장 사람들의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1.10.13 17:50
-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드나들다 보면 그때마다 ‘하이패스는 나무 한 그루’라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나타난다. 하이패스카드를 쓰지 않고 통행료를 직불(直拂)하려면 잠시 엔진을 가동한 상태로 정차하게 되는데 그 짧은 시간에 배출되는 탄소량이 나무 한 그루가 흡수․정화할 수 있는 탄소량이 다 된다는 이야기이다. 즉 하이패스카드를 사용하면 정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탄소 배출이 저감된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하이패스카드 사용 홍보 표어(標語)이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또 나무가 갖는 환경정화 능력을 상기시키는 의미도 읽히고, 자동차 등 각종 문명이기(文明利器)의 혜택을 누리고 살자면 그만큼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된다.숨이 막힐 정도로 불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마을의 정자나무 그늘에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1.09.02 12:44
-
춘향이와 청암댁은 소설속의 인물들이다. ‘춘향’은 우리 민족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며 판소리로도 연희되는 고전소설「춘향전」의 주인공이고 ‘청암댁(靑巖宅)’ 은 1990년대에 최명희 작가가 발표한「혼불」이라는 대하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두 소설은 모두 남원고을을 무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춘향전」의 스토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혼불」의 스토리는 청암댁이라는 청상과부 -16세의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시댁으로 우귀(宇歸 : 신행) 하기 전에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가히 처녀과부(?)라 할 수 있음-가 일생을 바쳐 퇴락한 시댁을 천석군 가문으로 부흥시킨다는 이야기이다.남원은 오래전부터 ‘춘향골’로 일컬어져 왔다. 매년 열리는 춘향제와 춘향선발 대회가 내국인은 물
향토문화칼럼
영광신문
2011.07.22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