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이/ 영광신문 논설위원,통일부 교육위원
지난 6월 5일자로 법성포단오제의 주요 무형문화재 지정이 예고되었다. 그러니까 7월 5일까지 1개월 동안에 특별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 한 법성포단오제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법성포’라는 지역 명칭이 붙은 문화재가 명실공히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인정되는 것이다.
과거의 다른 문화재 지정의 사례를 볼 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7월 5일의 결과는 결코 나쁘지 않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자축 분위기를 띄우느라 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에서는 성급하게도 이미 지정이 확정된듯한 문구도 발견되는데 그동안 너무나도 간절하게 문화재 지정을 소망해온 소이일 것이니 7월 5일 문화재 지정이 확정된다면 그 정도는 애교 넘치는 실수였다고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8년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지정예고에 이르기까지 5년동안 단오보존회를 비롯한 법성지역민들, 그리고 행정 담당자들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이 노고를 돌이켜 보면 함성이라도 지르고 만세라도 외치고 싶지만 7월 5일까지는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조용히 기다려보겠다는 법성포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는 그만큼 긴장과 조바심이 서려 있는듯 하다.
일제에 의하여 문화말살 정책이 자행되던 시기에도, 전쟁의 아픔을 겪던 시기에도 마음과 힘을 모아 단오제의 맥을 이어오고 전통성을 보전해 후대에 물려준 백목전계, 어상계 인사들을 비롯한 법성지역 선인들의 기개와 향토애, 문화애가 기려지기도 한다. 일찍이 ‘법포견문기’를 통해 단오제에 대한 기록을 남겨 이번 문화재 지정의 결정적 근거를 제공해 준 고 신명희 선생 같은 지역 선각자들에 대한 존경심도 또한 새로워진다.
무사히 7월 5일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의 법성포단오제는 법성포, 영광, 전라도는 물론 한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된다. 우리 지역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자랑스러운 고장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오제의 원형과 전통성을 차질 없이 보전하고 재창조·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과제와 부담도 안게 된다.
첫째, 원형보존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탐색하면서 보기해 나가야 한다. 이제 문화재 지정을 받았으니 학술대회 같은 연구 행사는 중단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단오의 역사가 깊은 만큼 아직도 규명해내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혹자는 그 동안 그 만큼 연구했는데 무엇이 더 찾아지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연구에 참여해온 유수한 학자들의 노고와 역량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연구는 제한된 시간내에서 용역을 맡은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완벽했다고 보는 것은 속탄이다. 연구와 탐색은 지속되어야 한다. 대안으로는 단오보존회 내에 학술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고 연구 보고회, 토론회 등을 정례화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인사들의 연구 역량을 제고시키는 연수도 시도하고 나아가서는 지역 출신 학예연구사를 양성 배치할 수도 있다.
둘째로는 행사 운영의 주체성 확립과 주민 참여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까지 단오제가 보전되어온 것도 우리의 선인들이 주인정신을 갖고 자율적으로 성금도 하고 행사도 직접 진행해왔기 때문에 애착과 자긍심이 지속되었던 것이라고 볼수 있다. 어떤 일이든 주인정신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면 능률이 오르고 실패도 적지 않겠는가. 자율적인 투자와 참여는 주인정신을 더욱 일깨워줄 것이다. 만약 행사 기획과 진행을 용역회사에 맡기고 주인들은 구경꾼이 되어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활기 없는 죽은 축제가 되기 마련이다. 브라질의 ‘리오’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각광을 받는 것은 모든 시민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함께 춤을 추는데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정통성을 유지하고 창조적 발전을 꾀하는 프로그램 구성에 유의해야 한다. 단오제는 단오제 다워야 하고 법성포단오제에서는 법성포의 인기 얻기나 단기적인 관광객 동원에 집착한 나머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도입한다면 결과적으로 고유의 문화 특성을 상실하여 관광객 유치의 지속성도 약화될 것이다. 돈 많이 드는 인기인, 인기공연단 유치 보다는 이미 정통성이 확인된 전통 민속놀이의 수준을 높이고 규모를 키우는데 힘써야 한다. 법성포 단오제는 해양 어로 문화의 기반 위에서 생성되고 발전되어온 것이니 그에 맞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그것이 바로 창조적 발전을 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전국 네트워크의 방송 중계나 보도도 조성해야 한다.
명에를 얻으면 그만큼 책임질 일도 많아지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지역민들은 국가지정문화재의 명예를 계속 유지하고 키워가기 위해 나름의 역할과 봉사를 구상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심적, 물적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역 이익도 따라오고 개인에 대한 보상도 틀림없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