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국(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춘향이와 청암댁은 소설속의 인물들이다. ‘춘향’은 우리 민족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며 판소리로도 연희되는 고전소설「춘향전」의 주인공이고 ‘청암댁(靑巖宅)’ 은 1990년대에 최명희 작가가 발표한「혼불」이라는 대하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두 소설은 모두 남원고을을 무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춘향전」의 스토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혼불」의 스토리는 청암댁이라는 청상과부 -16세의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시댁으로 우귀(宇歸 : 신행) 하기 전에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가히 처녀과부(?)라 할 수 있음-가 일생을 바쳐 퇴락한 시댁을 천석군 가문으로 부흥시킨다는 이야기이다.

남원은 오래전부터 ‘춘향골’로 일컬어져 왔다. 매년 열리는 춘향제와 춘향선발 대회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찾아와 성황을 이루고, 춘향이 이도령과 데이트를 즐겼다는 광한루는 가히 국민관광지라 이를 만큼 한국 사람이면 먼 곳에 살지라도 누구나 한두 번 쯤은 들르는 곳이 되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축제나 문화행사 가운데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으니 요즘 흔히 쓰이는 말로 하면 매유 효율성이 높은 브랜드가 형성된 것이다.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억 내지는 수조 원 대에 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원은 춘향 브랜드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명희 작가의 선대세거지(先代世居地) 이며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한적한 시골마을에 혼불문학관을 세운 것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이 평사리라는 곳에 박경리 작가의 소설「토지」속의 최참판댁을 재현해놓고 기존의 브랜드였던 화개장터, 하동녹차와 연계 관광을 유도하여 성공한 사례를 벤처마킹했는지 모르지만 남원은 춘향과 청암댁을 연계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토지문학관 관장 (남원시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현재도 호응이 크지만 앞으로도 2,000억 원 정도를 더 투자해 토지문학마을조성 (소설속의 마을 재현), 「혼불」의 대하드라마방영실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예 청암마을을 민속촌처럼 실물 세트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니 TV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영상광고(?)를 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배포를 부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젼이 클 뿐만 아니라 정밀하고 의지까지 대단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성공할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하동이 성공을 거둔 것처럼…. 나아가서는 남원의 칼(식도)과 추어탕 브랜드도 덤으로 상승효과를 볼 것 같기도 했다.

남원에 비유한다면 우리 영광에도 ‘춘향’이와 청암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동에 비유하면 ‘최참판댁’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굴비가 영광의 춘향이 될 수도 있고 모시송편, 단오제와 숲쟁이, 해안도로와 해수온천탕, 전기자동차 등등이 영광의 최참판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비젼과 의지를 갖고 가꾸어 나가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따름이다.

공자님의 말씀 가운데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운 곳 즉 현지에 사는 사람은 즐겁게 하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찾아오게 한다’라는 말이니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 가장 잘 다스리는 것이냐?’ 는 제자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셨다. 음미해볼수록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말씀이 분명하다. 잘 형성된 브랜드 하나로 지역민을 풍요롭게 하고 외지인들을 불러들인다면 이 아니 잘하는 지방자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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