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이/ 영광신문 논설위원

예로부터 영광 땅은 사람 살기 좋은 땅으로 일컬어져 왔다. 역대 지리지(地理誌)와 각종 사서(史書)에서도 ‘영광이 가히 사람 살만한 땅’이라 할 수 있느 기록들이 발견된다. 300여 년 전의 실학자 이중환(李重煥)도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 총서라 할 수 있는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를 통해 ‘영광을 살기 좋은 땅’으로 지칭하였다. “샘물에 장기(瘴氣:요즘 말로 치면 수질오염)가 없고…, 물과 산이 아름답고…, 해안에 민가(閭閻)가 빗살처럼 촘촘하고…,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물산(物産)이 모이고…”라고 했다. 그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 의하면 지리(地理:풍수지리를 말함), 생리(生利:요즘 말로 치면 산업 또는 일자리), 후한 인심(人心),정서를 화창(和暢)하게 해주는 산수(山水) 4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 했는데 영광은 그 4가지를 모두 갖춘 땅인 셈이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지적들은 물, 바다, 해안과 직접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삼두구미만인개활지(三頭九尾萬人開豁地:영광 해안의 3반도/串와 9만/彎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너른 땅이 열린다는 뜻)」라는 풍수지리 참언(讒言)도 전해지니 그야말로 영광은 바다로 인해 축복 받은 땅, 또는 축복 받을 수 있는 땅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역시 영광에는 바다와 해안에 각종 생산 시설과 공간 그리고 관광자원이 많이 널려 있다. 칠산어장과 법성포굴비가공단지, 백수 염산의 너른 간척지와 염전, 홍농 한수원과 한마음 공원, 가마미와 모래미의 해수욕장, 두우리 갯벌, 백제불교 도래지, 원불교 성지, 백수 해안도로, 그 외 가음산 고두섬 봉수대를 비롯한 수많은 사적과 문화유적 및 뛰어난 경승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앞으로 77번 국도와 함께 칠산대교, 영광대교가 연결되고 풍력발전단지가 생겨나면 그 또한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지금은 비록 일자리를 찾는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해 한 때는 16만을 넘었던 인구가 5만으로 줄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레져시대, 웰빙시대를 전망해 보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금년도 여름휴가는 가족과 함께 시골(고향)으로 가겠다는 응답자가 42%에 이른다고 한다. 이유는 거기에 부모, 형제 친척들이 있고 자기와 관련된 히스토리(추억) 내지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자제 실시 이후 각 지역들이 앞다투어 관광지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한 결과이겠지만 앞으로의 관광은 개인맞춤형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하는 현상인 것이다. 골프장, 특급호텔, 호화쇼핑센터를 찾는 관광과는 다른 관광이 전개될 전망이 높다. 요즘 많은 지역들이 앞다투어 특색 있는 올래길을 개발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들이 그 좋은 실례요 증좌이다. 그렇게 되면 민박이나 구멍가게를 이용하고 특산물을 현지 구매하는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원이 될 것이다.

귀화 외국인 1호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맡아 3년의 1차 임기를 마치고 4년 째 2차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이참(李墋:독일 이름으로 베른 하르트 관트)은 “관광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관상(觀相)과 같습니다. 얼굴은 관상을 반영하므로 얼굴관리에 따라서 운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역할은 우리나라의 관상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라고 했다. 한국관광업에 대한 제언으로 신선하고 절묘한 표현이다. “관광사업은 굴뚝없는 공장과 같고, 관광은 한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관상과 같다.”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역 관광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거금을 들여 토목 개발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군민들이 지혜를 모으로 협조를 아끼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보존, 복원, 창조사업을 균형있게 추진하자는 이야기이다. 관광인프라 구축이나 스토리텔링도 하자는 이야기이다.

바다와 해안 관광은 아무래도 여름철이 제격이다. 거기에 시원한 시야가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시원한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휴가철 관광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동반되기도 한다. 볼걸이, 즐길걸이, 먹을걸이 외로도 배울걸이도 곁들이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 군수는 ‘인구를 10만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4년 동안에 인구를 배로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포항, 광양, 창원, 울산 지역과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일자리 창출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치이다. 그런데 인구 개념에는 상주인구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여름휴가철 한달이라도, 아니 어느 하루만이라도 상주인구와 관광 유동인구를 합한 수가 10만이 넘는다면 공약은 12분의 1, 365분의 1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상주인구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름휴가철만에라도 영광이 바다로 인해 축복받은 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관광포인트, 관광인프라, 스토리텔링, 특산품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택리지」에서 처럼 사람들이 살기좋은 땅, 「삼두구미만인개활지」라는 참언에서 처럼 사람들이 모여드는 땅이 사실로 실현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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