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량 여민동락 할매손



묘량 할매들이 모싯잎떡 장시를 시작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모시 잎을 수확해 송편을 빚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판매한 떡 수익금은 농촌복지와 마을공동체 살리기에 사용한다.




“일도 허고 돈도 벌고 건강까지 챙긴당께”


판매 수익금도 농촌복지에 고스란히 ‘일석삼조’


 산밭에 심은 모시가 농약 한 방울 없이도 어느덧 무럭무럭 푸지게도 자랐다. 여민동락 식구들



은 낫을 들고 허리를 굽혀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수확에 나섰다. 갓 베어온 친환경 모시를 한 아름 내려놓으면 다음은 할매들 몫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한잎 두잎 따낸 잎을 삶아낸다. 떡시루에 삶은 모시 잎을 넣고 떡반죽을 시작한다. 초록반죽에 동부나 고물을 넣어 한손한손 생 모싯잎떡을 만들어 낸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고 울퉁불퉁 제각각 모양에 할매들은 우스갯말로 정담을 나눈다. 어느덧 구수한 모시향이 풀풀 날리며 갓 쪄낸 영광 특산품 완전 수제 모싯잎송편 ‘할매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정성스레 포장된 모싯잎송편은 여민동락 후원자들이나 지인들에게, 그리고 여민동락 홈페이지를 찾은 다수에게 배달된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렇게 일자리를 얻고 그에 따른 쏠쏠한 대가도 받는다. 떡을 판매한 수익금은 다시 사회복지시설인 ‘여민동락 공동체’에 사용된다.


‘여민동락 공동체’란 농촌주민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농촌복지 공동체다. 농촌의 교육과 문화, 복지, 경제 부흥을 위한 생활공동체를 추구한다. 농민들과 더불어 농사를 짓고 밥을 먹고 작은 시골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농촌의 삶터를 살리고자 젊은 부부들이 귀촌해서 결성한 지역일체형 공동체다.


근 1년 만에 찾은 묘량 여민동락, 강위원 원장은 그간 식구들도 늘었고 농촌의 어렵고 힘든 삶을 몸으로 체험해보니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특히, 주간보호, 방문요양, 목욕서비스, 어르신들의 잔심부름 등 복지를 하겠다고 나름 열심히 뛰고 있지만 현실적 여러 여건이나 재정적 어려움도 면키는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 위원의 고민은 따로 있다. “보살핌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겐 아들 딸 역할로,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학습도우미로 1년여를 바쁘고도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가슴 한구석 늘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허탈함이 남았습니다. 모시는 어르신들은 제한됐고 건강하게 노동능력이 있는 분들에겐 손길조차 나눌 수 없는 탓이었습니다. 정작 골병들어 거동이 불편해져야 겨우 모시는 복지제도 특성상 여민동락 하는 일이라는 게 얼마나 ‘사후약방문’식 복지인가 고민이 깊어만 갔습니다”


아파야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문제점.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을 추진중인 ‘여민동락 할매손’이다. 모싯잎 재배와 생산부터 손으로 송편을 빚는 일까지 어르신들에게 작은 행복일자리를 제공하고 판매수익금은 비영리민간단체 취지에 따라 농촌복지와 마을공동체 살리기에 사용한다. 어르신들도 소일거리로 건강한 삶을 찾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강 원장.


작으나마 떡공장도 만들고 거기다 경험 없이 시작한 농사에 풍년으로 답해준 고마운 땅과 자식처럼 믿어 주시는 어르신들에게도 감사한다. /채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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