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대표

 



 그야말로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인구 2,000여명 되는 시골 작은 면에 학생 수 15명인 시골학교가 있다. 이미 폐교 대상이다. 폐교 대상에 오른 뒤 시설 투자는 물론 열의 있는 교사마저 배치되지 않고, 때 되면 전근해 오는 뜨내기 교장선생님에게도 폐교니 뭐니 하는 건 그저 행정 처리에 불과하다. 지역주민들도 무덤덤하긴 마찬가지다. 인구는 줄고 아이들은 없는 현실에서 누구도 학교가 폐교를 면하리라는 미래 희망을 쉽게 가질 수 없는 탓이다.


 


 하지만,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믿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의로운 오기’를 부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시골 작은 학교야말로 ‘아름다운 자연과 적은 학생,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학부모와 함께 학교공동체를 꾸리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뭉쳤다.


 


 우선 ‘00사랑회’라는 주민자치조직, 이른바 학교 살리기 드림팀을 발족했다. 작은 학교 부흥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인 동시에 새로운 지역디자인을 위한 싱크탱크를 진수시킨 것이다. 공공데이터 연구소를 통해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교육컨설팅 전문가 그룹에 의뢰해서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그 무렵 '교장공모제'를 통해 농촌학교의 장점과 효과에 대해 특별한 소신이 있는 교장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시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지원세력은 동문들이었다. 동문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통해 장학회를 설립했다. 기금으로 전교생 친환경 무료급식을 가능하게 하고, 심지어 학교버스와 운영비까지 지원하면서 학교 살리기 맨 앞에 나섰다.


 


 이때부터다. 비관적 전망으로 낙담하던 주민들이 서서히 움직였고, 지자체는 물론 교육청까지 희망을 품고 새로운 도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기금조성에 십시일반 참여했고, 교육청은 복식학급 편성기준을 강화하여 기간제 교사를 지원했다. 사실상 일대일 교육으로 학부모들의 최대 불만이었던 복식수업을 점차 해소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또한 지자체는 조례에 따라 교육청과 협의하여 학교도서관을 주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으로 활성화해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내 '방과 후 교실'도 새로운 대안체계를 마련했다. 처음 우도농악보존회에서 풍물교육을 시작하자 놀라운 반향이 일어난다. 도시의 자원봉사자는 물론 재능있는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무료태권도, 국악, 전통공예, 원어민 영어회화, 동요, 오카리나, 한자, 종이접기, 문화교실 등의 ‘주민과 함께 하는 특기적성교육’으로 자연스레 확대된 것이다. 사실상 사교육비가 전혀 필요 없게 됐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을 감동시킨 건, ‘밤에도 열린 학교’ 프로그램이었다. '밤에도 열린 학교'는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소질과 특기를 계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아침 등교 시간부터 시작해 밤 10시까지 누구나, 언제든지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연중무휴 개방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저녁식사까지 제공하고 차량운행까지 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에서 복지도우미와 사회적일자리 인원을 세 분이나 배치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은 늦은 밤까지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게 됐고, 자녀들이 ‘밤에도 열린학교’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돼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뿐인가. ‘참 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비전으로 한 이 학교는 상장이 없다. 물론 시험도, 주번도, 통제도, 교장선생님 훈시도 없다. 줄세우기는 철저히 배격하기 때문이다. 또 3학년 때부터 1달에 1만원씩 저축해 6학년 때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모자라는 돈은 십시일반이다. 새 학기 때마다 개학 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은 빨간 장미꽃을 달아주기도 한다.


 


 변화의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읍내로 아이를 보내던 주민들은 앞다투어 전학을 시켰고, 광주지역 학부모들 전학문의는 쇄도했다. 면사무소는 빈집정보센터를 만들어 농촌으로 유학 오는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심지어 주변 집값이 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공교육을 학교 단위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 교육에 갈증을 느끼던 좋은 교사들이 줄줄이 전근신청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올 해 혁신 우수학교 인증도 받고, 교장선생님은 대통령 표창도 받는다. 오늘도 작은 학교 모범사례를 탐방 온 외부 손님들을 맞느라 학교 운동장은 주차된 차로 빼곡하고, 학교 앞 식당 아주머니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콧노래를 부른다.


 


 정녕 불가능한 꿈인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곳곳에서 성공하고 있는 사례를 그대로 베꼈을 뿐이다. 꿈은 함께 꿈꾸는 사람이 뭉치면 현실이 된다 했다. 천년의 빛 영광,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 폐교정책은 폐지돼야 옳다. ‘작은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살고 농촌이 산다’는 명제, 그건 진실이자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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