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의 바람

 정부는 농산물 수입개방 등 농수산물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대책으로 시군유통회사 설립지원 사업을 추진중이다. 영광군도 자본금 45억원 규모의 영광군유통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운영절차에 돌입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주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국내외 유통환경 변화 및 사례를 분석, 지역 농수산물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 못하면 ‘추락’


공영도매시장 유입물량 줄어 농촌 위기


 


 국내 농산물의 통상적인 유통은 생산자가 가락


 


 시장 같은 공영도매시장에 판매를 위탁하면 도매시장법인은 경매 입찰 방식으로 중도매인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중도매인은 다시 소매상등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소매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구조다. 생산자-공판장-중도매인-소매상-소비자 등 유통구조는 총 5단계다.


 


 이 과정에 도매시장법인은 생산자가 위탁한 상품을 판매해야 하며 일부 상장 제외품목을 제외 하고는 모두 경매 방식을 통해 최고가로 중도매인에게 판매할 의무가 있다. 또한, 판매대금은 4-7%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생산자에게 즉시 지급해야 한다.


 


 즉, 도매시장법인은 생산자 입장을 대변하는 집하주체 상인이며 중매인은 소매점에 좀 더 싸게 공급해야 하는 구매자를 대변하는 분배주체 상인이다.


 


 높은 가격에 팔려는 생산자, 싸게 사려는 소비자,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상인, 이들 각각의 입장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도매시장의 기능이다.


 


 도매시장 기능은 시장내 적절한 균형뿐 아니라 일반상인들이 산지 상품을 독과점해 시장을 교란하는 문제나 과거 가격정보나 거래정보에 취약한 생산자들이 일부 산지 수집상인에게 대금을 떼이거나 제값을 못 받는 등의 피해를 줄이기도 한다.


 


 또한, 생산자는 물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무조건 출하할 수 있고 비규격품이나 질이 낮은 상품등도 적정가에 출하할 수 있다. 구매자도 다양한 상품과 원하는 양을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품목마다 산지를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등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반면, 경매로 인한 가격 폭이 심하고 유명 브랜드가 저 평가되거나 도매시장내 지체비용이 출하자 몫이 되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 가격이 보장되는 ‘정가수의매매제도’ 필요성이 제기돼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현재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가락동시장 같은 중앙도매시장을 비롯해 지방도매시장까지총 32개의 공영도매시장을 설립 운영중이다.


 


 문제는 대형할인점이 산지 직접 매입에 뛰어들면서 지방도매시장은 거래물량이 적어 문을 닫을 형편에 처한 곳이 허다하고 국내 최대 거래물량을 자랑하는 가락동시장도 점차 거래물량이 줄고 있다.


 



대형할인점 유통전략 지역시장 ‘고사’


상위 3곳이 대형유통시장 77% 차지


 


 국내 유통환경은 80년대 백화점 중심에서 90년대 초반 할인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90년대 중반이후 IMF 영향과 96년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따라 이마트, 롯데마트 뿐 아니라 외국계 월마트, 까르프 등 대형 할인점들이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할인점과 온라인쇼핑몰 쪽으로 또 한차례 환경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 가격할인 위주의 외국계 대형 유통점들은 야채 같은 신선식품들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실제 대형유통업체의 전국 점포 376개(2008년 9월 기준)중 이마트(125개), 홈플러스(69개), 롯데마트(61개) 등 3곳의 점포수가 255개로 전체 67.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출(2007년 기준) 역시 총 23조2,000억원중 이마트 7.6조원(32.7%), 홈플러스 6.1조원(26.3%), 롯데마트 4.3조원(18.5%) 등 전체매출의 7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할인점들은 전국적인 점포뿐 아니라 자체 정보시스템과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어 야채 등 신선식품들을 생산지에서 직거래 등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낱개든 묶음이든 심지어는 생선을 손질까지 해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세세한 요구사항까지 충족하고 있다.


 


 결국 소비지 위주의 유통전략을 펴는 할인점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고, 이러한 시장에 진출하는 할인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업체간 과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할인점 증가는 기존 도매시장 중심의 상품 매입 방식의 한계를 들어냈고 산지 직거래나 계약 재배 등으로 매입 방식도 전환됐다.


 


 산지 물품조달이 가능해진 유통점들은 가격전략과 상품차별화를 위해 일명 독자상품(PB, PL) 판매를 확대하면서 소비자의 유통업체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매출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할인점 증가로 지난 98년 지역시장(47%), 백화점(26%), 재래시장(25%), 할인점(2%)이던 소비자들의 농산물 구매 방법은 10년만인 2007년 할인점(69%), 지역시장(23%), 재래시장(5%), 백화점(3%)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한편, 이들 대형할인점들은 최근 성장 둔화세 대응책으로 슈퍼사업을 추진중에 있어 지역유통시장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로 농민피해 초래


가격 교섭력등 산지 지배력 약화


 


 대형할인점의 난립으로 지역시장이 반토막나고 재래시장은 거의 초토화 상황에 이르렀으며, 이들의 슈퍼 사업은 지역 소매점의 몰락을 가져올게 뻔하다.


 


특히, 대형할인점이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면서 나타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얼핏 생산자와 직거래는 기존 5단계의 유통구조를 줄여 소비자와 생산자, 할인점 모두가 이익일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선은 할인점이 산지에서 매입하는 물량이 커질수록 도매시장으로 유입될 물량은 줄어들어 도매시장 기능인 생산자와 상인, 소비자간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즉 생산자의 상품가격 협상을 대신해줄 중간 기능이 사라지면 대형할인점이나 산지 수집상 등으로 과거 피해 사례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


 


대형할인점들간 과다경쟁은 상품을 얼마나 싸게 매입하느냐다. 이들이 생산지를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 것인가는 뻔하다.


 


 산지 생산자들이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일본 등과 같이 조직화 및 규모화 됐다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지는 아직 규모화 및 조직화 된 곳이 드물어 할인점과 대등하거나 우월적인 교섭력을 가질 수 없는 수준이다. 할인점이 요구하는 물량이나 상품포장 등의 조건을 갖추기도 어려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 협상 및 대급지급 등 대형업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할인점 구조상 인기 상품위주의 거래로 상품, 하품 등과 같은 특정 단계 상품의 출하 길이 막히거나 제값을 못 받는 등 생산자의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인터뷰)


"생산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망한다“


오세복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부장


 


 과거 국내 농수산물 유통시장에는 관행적으로 가격을 ‘칼질’하거나 ‘후려치기’, 큰 상인이나 아는 상인들이 매집한 상품 값을 잘 쳐주는 ‘인물장기’, ‘차잡이’ 등과 같은 은어가 성행할 정도로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위해 정부 주도의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85년 6월 개장했다. 전자 공개경매 제도 및 복수 도매시장 법인의 선의의 경쟁 등으로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청과물만 연간 7조 2,000억원이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할인점 등의 등장으로 도매시장 점유율은 점점 줄고 있어 이를 개선키 위해 도매시장 나름대로 정가매매, 수의매매, 선취매매, 전자거래 확대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생산자들도 시장 경매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산지를 규모화해 교섭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도매시장 붕괴는 생산지 옥죄기로”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사


 


 대형유통업체의 슈퍼마켓사업 진출로 지방 거점 도매시장이 무너지면 물량을 조달하던 인근 소매시장은 붕괴한다. 구조상 대형유통점은 산지를 옥죄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후 상품의 가격 주도권은 당연히 대형유통점이 잡는다. 이처럼 도매시장이 없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은 심각하다. 그런데 현재 지방도매시장을 포함한 다수의 도매시장들이 취급액 감소 등 경영악화로 법인수가 감소세다.


 


 반면 일본은 산지 물량 대부분이 농협을 통해 도매시장에서 거래된다. 단, 산지 희망가격을 도매시장 법인이 못 맞추면 출하량을 줄이거나 거래를 끊을 정도로 산지가 교섭력을 가졌다.


 


최근에는 산지가 규모화 되고 교섭력이 뛰어나 15년간 직거래하던 대형마트들도 도매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는 가격 낙폭이 큰 경매비율이 줄고 정가수의거래가 늘어난 효과다.


 


국내 도매시장도 정가수의거래 등을 확대, 가격선을 안정화하고 산지는 규모화로 도매시장 출하비율을 늘리되 교섭력을 높이고 정부는 대형유통업체의 도매시장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 /채종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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