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영광군한우협회장

할일 없으니 소나 키워보자는 발상

한우협회장이라는 감투 덕분인지 몰라도 한우에 대하여 문외한인 나에게도 요즘 한우에 대하여 많은 질문들을 한다.

얼마 전 내 또래의 한 후배가 찾아와서 대뜸하는 얘기가 직장을 퇴직하고 할일이 없으니 소나 좀 키워보면 어쩌겠냐는 말로 시작해 앞으로 한우 시세를 어떻게 전망하냐? 송아지를 살 것인가. 임신우를 살 것인가. 매스컴을 보니 소한마리에 1,300만원을 받았다하더라 쉴새없이 쏟아내는 얘기를 들어보니 한우사육에 대하여 관심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한 나름대로의 전문가 수준이였다. 두어시간의 이야기와 차 한잔 나누면서 그러한 관심과 열정이라면 한우를 잘 키울 수 있겠으니 한번 시작해 보라는 인사를 남기고 헤어졌다.

기존사육농가의 고민

최근 한우농가들의 고민도 많다. 금년 새해벽두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2개월 동안이나 우시장이 폐쇄되어 한우가격을 흐리게 하고 있으며 날씨가 풀리면서 더 확산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며 번식우 사육농가에서는 비싼 송아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팔지 않고 더 키워야 할 것인가. 비육우 농가에서는 송아지 가격이 하락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송아지를 살 것인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한우 시세에 모두 고민들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한우가격 안정을 위해 대책을 수립한다고 하고는 있지만 대책이 있을 수 없어 언론을 통해 과열 입식을 자제할 것을 홍보하고 지금 입식한 송아지가 2년 뒤에 출하 할 때는 가격이 하락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도 그럴것이 재작년 가을에는 송아지 가격이 150만원 내외에서 거래되었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250만원 정도를 주어야하니 송아지 구입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설(구정)대목에 한우를 출하한 농가들은 축사를 비워놓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그럴수는 없다. 최근 30여년 동안의 송아지 가격은 10-11년 주기로 한번씩 등락을 거듭했는데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키웠던 농가는 돈도 벌고 대량 사육하고 있는데 비쌀 때 다 팔고 하락을 기다리던 한우농가는 다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오름세를 모르고 내림세만 기다린 이유였을 것이다.

작년부터 우리 주변에는 거세우 한 마리를 팔아 1,000만원 이상 받은 농가가 종종 발생했다. 지육 500kg이상이면서 1++A등급이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 축협의 예만 들더라도 2009년 위탁우 사육으로 연간 8억원의 흑자 결산을 하지 않았던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이러한 한우사육의 호황으로 우리군만 하여도 작년 한해동안 대형 축사 수십 동이 신규로 건축 되었으며 금년에도 정부지원 축사 현대화 사업, 축협에서 융자하는 축사 신축자금 등으로 한우축사 신축 붐을 이룰 전망이고 2009년말 2만여두에 달하는 한우 사육 두수가 금년말에는 2만5천두를 육박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옛속담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2009년 정부에서 강력히 시행한 원산지 표시제와 이력표시제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우리한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기하급수적인 공급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결국 제한된 국내시장에서 언젠가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에 한우산업의 새로운 시작이나 지나친 입식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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