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대추귀말자연학교장 김상훈

 1972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조그마한 히말리야의 한 왕국에서 전 세계를 향해 혁명적인 폭탄선언이 있었습니다. 이 왕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가운데 하나였으며, 가난한 국가였습니다. 그 왕국의 이름은 “부탄”이란 나라였습니다. 그 왕국의 나이어린 국왕은 자기 나라의 국정 운영 지표를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행복(GNH)을 추구할 것을 선언한 것입니다. 국정의 목표를 물질적 생산을 끝없이 추구하는 것에서 돌아서서 국민 각자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대부분 GNP를 추구하고 있는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물질생산의 이유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그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입발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지난 근현대의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할 것입니다. 부탄 왕국은 이런 ’물질 성장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국민 행복이 확실히 보장되는 조건하에 물질성장을 권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대외에 공포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선언이 겨우 17살 어린 소년 왕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어찌되었든 부탄왕국은 이 선언 이후 흔들림없이 GNH를 지금까지 추구해 왔고 근래에는 이런 GNH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중심국가가 되었습니다. 부탄이 주장하는 ‘행복의 경제학’은 물질생산을 생계수준으로 억제하고 대신 자연과의 공생관계 속에서 내적 충만을 극대화하는 정책으로 경쟁과 착취를 통해 세계를 파멸로 이끌고 있는 자본주의의 확실한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1972년은 미중수교에 의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꺼져가던 자본주의의 한계에 새로운 점화의 불씨를 당긴 해이기도 합니다. 부탄 역시 1970년대부터 완만한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1년 동안 개발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하는 이른바 ‘개발종량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토 대부분의 지역에 아직도 전기가 없고 현대적 통신수단은 물론 도로도 변변히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난해서라기보다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 다른 가난한 나라와 다른 점일 것입니다. 대신 자연환경의 보전과 교육, 복지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답니다. 부탄은 법에 의해 국토의 60%가 언제나 숲에 덮여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관광객을 일 년에 6,000명 이상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예산의 25%이상을 병원과 학교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같은 히말라야 산맥을 공유하고 있는 네팔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네팔은 관광객을 무제한적으로 받아들여 지금은 심한 환경파괴와 함께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술만 횡횡하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에는 네팔의 훈자 족이 세계3대 장수촌에 들었는데 지금은 평균 수명이 예전만 못하답니다. 마을이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몰려오게 되었고 그 관광객들을 위해 맥도널드 체인점이 들어오고 이를 현지인들도 즐겨먹게 되어 고유한 식습관이 파괴된 것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 정도 밖에 지나지 않는 부탄이라는 나라! 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 참고로 한국이나 일본은 100위권 밖에 있습니다. 우리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할 시점이 아닐까요?

 부탄 국왕이 GNH를 선언한 것은 1972년이지만 과연 무엇을 두고 GNH라고 부르는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1998년입니다. 얼마되지 않았지요? 이 때 발표한 것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된 유명한 ‘네 개의 기둥’입니다.

 

1. 문화가치의 보존 및 진흥

2. 좋은 통치

3. 적정한 경제발전

4. 환경보전

 

이를 위해 부탄 정부는 ‘부탄학연구소’를 설치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2008년 행복지수를 산출하기위한 9개의 지표를 완성했습니다.

 

1.심리적 웰빙

2.시간의 사용

3.공동체의 활력

4.문화

5.건강

6.교육

7.환경의 다양성

8.생활수준

9.통치

 

 어떻습니까? 부탄의 경제학은 성장과 개발을 위한 경제학을 때려치우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경제학을 채택하고 발전시켜 학문으로까지 정립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경제성장에 목매고 속도전을 외치며 살면서 그것만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았는데 그것이 나의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내 이웃과 환경에 피해만 주었다면 이 얼마나 허무한 일입니까? 신자본주의를 추종하던 세계가 얼마나 서로에 대한 믿음을 깨뜨려버리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와의 사이를 벌려왔는지 자본주의의 뒤안 길의 씁쓸함을 누가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마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신기루를 쫓는 이상주의자로 치부하려합니다. 왜 입니까? 이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못 믿으니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 그대로 따라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우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집시다. 정말 내가 잘 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나의 삶이 나의 이웃과 지구환경에 도움을 주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가 외치는 경제발전이 이런 ‘같이’의 행복에 부합하는지?

 그런 고민을 할 시점이 지금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나중이라는 단어는 필요없을 것입니다. 지금과 당장이란 단어만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런 준비를 위한 영광 사람들의 모임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필요하고 시급한 일에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셔야 할 때입니다. 지금 그리고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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