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근영/묘량면 월암리

 해외여행 다녀온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대책인가? 각 농가에 소독장비를 지급하고 공항에서 철저한 방역부터 하라

  요즘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마다 방역을 하느라 애쓰는 공무원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올해 귀농하여 소를 키우는 초보 농사꾼으로서 바라본 구제역 방역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구제역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의 대책이라는 게 농가들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축산농가를 단속하는 데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축산농가가 해외여행 갔다와서 구제역에 걸리면 벌금에 징역까지 살게 하는 것이 무슨 대책인가?

  지금 시골에는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에서 온 다문화가정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대규모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런 현실을 무시하고 단순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겠다면, ‘이주여성을 며느리같이 생각하겠다’던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솔직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형 축사가 아니면 동물을 키우는 축주 처지에서 방역 등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축사 입구에 면사무소에서 나눠준 석회가루 뿌리고 꼼짝없이 축사에 갇혀서 지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는 축사를 날마다 소독하라 하지만 소독장비가 갖춰진 농가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나 해 보았는가? 해외여행 다녀와서 방역을 하고 5일간 축사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방역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아는 농가가 얼마나 되고 5일 동안 다른 곳에서 지내라는데 그게 현실성이 있는 말인지 생각해 보라.

  도로에 지나가는 차량에 소독약 뿌리면 방역이 다 되는가? 타고 있는 사람들 옷이나 신발에 묻어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웃으면서 손 흔들어 줄 것이다. 수많은 변종이 존재하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어떤 백신을 투여하면 해결되는가? 대만에서 실패한 것처럼 오히려 백신을 통해 더 많은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

  초보 농사꾼의 눈으로 바라본 정부에서 해야 할 ‘현실적인 대책’은 다음과 같다.

  먼저 농가 방역장비 지급이다. 각 농가에서 출입자들에게 소독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장비나 약품을 보급한다. 사람이 들어가면 안개처럼 소독약이 살포되는 대인소독기를 설치하면 가장 좋다. 가령 신발과 옷을 소독하는 휴대용 분무기 등을 제공하고 가축이 있는 축사를 소독하기 위한 휴대용 살포기 및 소독약품 지급이다.

  둘째, 공항에서 모든 입국자에 대해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 사람은 물론 짐까지 방역 실시해야 한다. 공항에서만 제대로 방역을 실시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농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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