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영광신문 편집위원

  평범한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꿈이다. 평범과 비범의 차이도 꿈이다. 보통사람을 탁월하게 만드는 것도 꿈이다. 꿈을 품으면 인생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이 아름다운 꿈을 꾸었던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 만큼의 평안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학교에서 진행된 태국 선교현장실습을 인솔하면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곳의 역사를 보면서 이제는 마약이 아닌 복음의 꿈을 실어보내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을 꿈꿀 수 있었다.

  미소의 나라 태국, 인구 6500만, 한국의 5배가량의 국토면적, 인간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관광객이 많은 나라, 밤과 낮이 확연히 다른 나라, 미소와 무에타이가 태국을 대표한다면 볼거리 역시 손꼽을 만한 나라... 한번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또 다시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 미소와 갖가지 음식, 열대과일, 볼 것 많은 관광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태국을 그리며 다시 가볼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 한 귀퉁이에 해외여행의 대상지 상위 순위에 자리 잡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타일랜드와 라오스 미얀마 세 나라가 만나는 중심에 골든 트라이앵글이 있다. 6개국을 관통하며 흐르는 이 강은 동남 아시아인들의 젖줄이다. 나는 이곳을 살피면서 메콩강이 인도차이나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메콩강이 없는 동남아시아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메콩강은 중국의 청해성에서 발원하여 티베트와 운남성을 거친 후, 라오스와 미얀마의 땅을 관통하다가 이윽고 황금의 삼각지대를 만든다. 강은 다시 라오스 내륙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태국의 동남부를 거쳐 캄보디아로, 마지막엔 베트남 남부 메콩델타에 광활한 평야를 만든 후에 동지나해로 빠져나간다. 장장 4,050km,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이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미얀마 동부 산악지대는 연 생산량 100만톤이 넘는 생아편 재배지역으로 유명하다. 아편이 자라는 최적의 기후와 자연조건. 이것이 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든 애초의 이유였다. 골든 트라이앵글을 지배한 것은 마약의 법칙. 이로 인해 국경을 맞댄 세 나라의 고산민족은 슬픔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여유와 평화로운 공기만 가득할 뿐이었다. 황토 빛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메콩강 너머 바라보이는 라오스나 미얀마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웃 사촌일 뿐이다. 태국 북부를 여행하는 이들은 모두 골든 트라이앵글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골든트라이앵글의 면적은 남한과 북한을 합친 것보다 넓고 마약의 온상이자 지구에서 가장 은밀한 곳으로 불린다. 4개국의 접경을 가지고 있는 황금의 삼각지대는 수많은 역사의 애환이 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히말라야 산맥 남쪽 기슭으로부터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메콩 강으로 변신,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을 세 등분으로 갈라놓는다. 황토 빛으로 흘러가는 메콩 강을 사이에 두고 한 눈에 세 나라를 보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인 접점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감동이다. 지도에 금을 그어 갈라놓았지만 태국과 라오스, 미얀마, 조금 떨어진 중국 운남성 사람들은 그저 이웃사촌에 불과하다. 한 때 이곳은 마약 왕으로 유명한 쿤사가 엄청난 제국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으로 반입되는 헤로인의 80퍼센트를 생산한다는 악명을 떨쳤다. 황금의 삼각지대는 아편생산에 최적의 기후와 자연조건을 갖춘 천혜의 요지다. 특히 미얀마 동부 살윈강(江) 동쪽의 산악지대에서 어마어마한 생아편을 채취한다. 여기에 쿤사로부터 양귀비 재배를 강요받았던 여러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예전에 한국의 매스컴에 자주 등장했던 여전사로 유명한 카렌(Karen)족, 야오, 아카, 청백 메오, 리수, 라후, 라후시, 스카우족, 몽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있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소수민족에게는 살인, 폭행, 강간, 징집. 수백년간 인연없이 살았던 단어들이 착한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했다. 그들을 강박한 것은 마약이었으며 마약은 결국 탐욕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탐욕. 한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 몫의 행복을 빼앗아 자기 소유를 삼고 싶은 욕심. 골든 트라이앵글은 비옥하다. 최대의 마약왕 쿤사가 죽은 이후에도 마약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 링민샨 등이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그 힘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많은 수의 아편밭이 차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편밭에 고소한 차향이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희망의 시작이랄까.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번쯤 권하고 싶은 여행지 골든 트라이앵글, 이제는 생명의 젖줄로 변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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