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기/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영광에서 함께 살아줘서 고맙고, 행복하다” 우리 지역에서 사회복지 일을 같이 하는 동료가 필자에게 해 준 새해 덕담이다. 곱씹을수록 맛깔이 나는 말이다. 영광에 대한 진한 애정과 상대방의 존중이 말 속에 가득 담겨 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생각 깊은 동료의 말 한마디가 한참동안 나를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필자의 고향은 여수다. 영광에 발을 들여 놓은 지 5년째로 영광의 물이 제법 들었으나 여전히 뜨내기 티를 온전히 벗지는 못하고 있다. 동료는 필자에게 영광을 고향으로 여기고, 이제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자는 권유를 그렇게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영광이 너무 좋으니 앞으로도 당신과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기에, 군수님이 들으면 상을 줘도 아까울 판이다. 활기와 희망이 넘치는 영광군을 위해서는 외지 인구의 유입이 중요한데, 이보다 훌륭한 홍보멘트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해마다 농어촌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마다 비상이 걸린 지 이미 오래다. 인구가 자치단체의 규모와 세력을 나타내는 가장 뚜렷한 척도이기에 인구를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인구에 따라 자치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의 규모와 공무원 정원이 달라지기까지 하니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절절한 노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구가 줄면 지역이 생기를 잃게 되고 인구의 외부유출도 그만큼 가속화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군의 인구는 1968년도에 16만 3천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어르신들은 마을의 초등학교가 한 때 학생들로 바글거렸던 기억을 아직도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4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한민국 인구는 60%가 늘어났으나, 우리 군의 인구는 오히려 삼분의 일로 줄어들었으니 그 허탈함의 크기가 오죽하랴.

 다른 농어촌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인지라 인구유입을 위해 기업을 유치하고, 문화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필사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이와 더불어 예전에 인구를 늘린다며 공직자의 관내거주 이전이나 생색내기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는 등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캠페인성 구호와 전시행정으로 인구가 늘기를 바랐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인구는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라는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관계로 지역의 인구 늘리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의 하나 된 노력이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시각과 비합리적인 인구유입정책으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인구 늘리기는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실천과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우리 군이 자원봉사활동의 으뜸 고장이 될 것을 제안해 본다.

 인구 늘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 지키기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우리 지역민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챙겨야한다. 우리 군이 정답고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고장이 될수록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일수록 더더욱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고 재산이다.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영광군’은 자원봉사활동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때 가능해진다.

 한편, 지역에 지성인이 많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고민과 해결책을 함께 나누고 찾아 갈뿐 아니라,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성인이 없다면 사람들의 답답함은 클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이 효과적인 이유는 역동적인 지성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뜻한 마음과 즐거운 이웃들로 둘러 쌓여있을 때 영광은 살고 싶은 곳이 된다. 더디지만 이보다 좋은 방법이 또 어디에 있으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명절 연휴동안 필자는 우리 군의 1년 365일이 더도, 덜도 말고 명절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외지에 나간 자식들과 친척들의 고향 방문으로 마을 곳곳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로 넘쳐나다 보니 사람 사는 맛은 절로 따라왔다. “우리 군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이 어디 필자만의 생각이었겠는가!

 영광을 사람 살기 좋은 곳.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거창한 구호나 추상적인 시책 보다 내가 살고 있는 영광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이제부터 우리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정다운 말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 보자. “당신과 영광에서 함께 살고 있기에 행복합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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