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자유기고가

 영광신문 창간 14주년이란다. 지역신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뚫고 14년을 이어왔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역사적’이라 할 만하다. 함께 한 모든 분들의 고군분투 앞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14년 영광신문의 역사는 그저 단순히 시간적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 14년을 견뎌온(?) 내공에는 분명히 숨어있는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 비밀은 오로지 지역주민의 신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지 않는 신문 혹은 광고에만 의존하는 신문은 결코 14년의 세월을 버티기도 살아내기도 불가능한 탓이다.

 영광신문은 지역신문 중 몇 안 되는 ‘언론다운 언론’이다. 정확성과 공정성에 기반을 둔 보도는 물론이요, 지역신문이 가진 ‘유착’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이다. 이는 비단 애독자인 필자만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다. 이미 영광신문은 유수의 다른 지역 언론과 비교해도 언론의 사명과 직필에 성실하며, 지역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비전 제시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그것이다.

 언론은 언론다워야 언론이다. 언론이 ‘진실성’과 ‘공정성’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언론은 속칭 전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특히 지역으로 갈수록 그 폐해가 도를 넘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당한 이유로 권력을 협박해서 허세를 부리고 사욕을 탐내는 수준미달의 사주와 사이비 기자가 있는가 하면, 권력과 토호에 빌붙어 행세하면서 기사의 수준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힘의 주구가 되어 언론시장을 교란시키고 주민들의 인식을 혼탁하게 하는 범죄자 급 언론인도 부지기수라는 게 저잣거리 여론이다.

 언론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역신문일수록 현장성과 전문성은 기본이고,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된 대안언론으로 승부해야한다. 권력과 금력은 늘 가난한 지역 언론을 유혹하고 겁박하고 예속시키려 하는 못된 버릇이 있기 마련이다. 예속을 거부하거나 독립을 선언하는 순간 배제하고 낙인하면서 가난한 사정을 틈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다.

 이런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구체적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다. 특별히 지역의 건강한 지식인들의 행동하는 연대와 참여가 필요하다. 독자배가는 물론이고 편집위원․ 자문위원 필진 등으로 광범위하게 동참하면서 지역 언론의 건강성을 더불어 살피고 보호해야 한다.

 가난한 지역 언론의 자력갱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의 사명에 동의하는 주민들과 지식인들이 깨끗한 뜻을 모으고, 언론이 공정성과 진실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미 지역 언론은 지역의 유력한 사회자본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 자본을 주민의 것으로 환원하기 위해서라도 참여의 폭이 대폭 확대되어야 마땅하다.

 이제 영광신문이 주민주 형태의 공공재로 그 생존활력을 넓혀갔으면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거침없고 과감하게 일침을 가했으면 한다. 그 일침 뒤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의 토론과 칼럼을 품격 있게 조직했으면 한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영광군을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광신문, 그간 잘 해왔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대안을 제시했고, 귀농귀촌관련 보도는 물론 작은학교살리기 특집기획 보도도 탁월했다. 무엇보다 비판적 대안 제시나 권력 감시 역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불문가지다. 원자력발전소 문제에도 날카로웠고 문화 콘텐츠 제시나 지역의 신망 받는 지식인과 활동가들을 필진으로 섭외하는 실력도 보여주었다.

 영광신문 14년 역사! 지금 그대로만 하면 된다. 굽히지 않고 정의롭게, 소외와 억압과 빈곤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언론의 사회적 사명을 잊지 않고, 지금 그대로 면도날 꼿꼿이 세우며 지역 언론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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