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당국과 원전업체들, 노후 원자로 가동위해 안전기준 약화시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 세계가 원전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미국의 65개 원전 중 무려 4분의 3에 해당하는 48곳의 원전에서 방사성 트리튬(3중수소)가 유출되고 있으며, 그것도 부식된 지하배관을 통해 지하수까지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AP>통신에 의해 폭로되었다.

특히, 미국의 상원의원 2명이 <AP> 통신 보도를 뒷받침하는 미국 의회의 초당적 감사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감사원 보고서는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와 피터 웰치 상원의원이 지난 2009년부터 감사원에게 미국의 원전 안전 실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해, 최근 제출된 것으로, 통상 한 달 정도의 보고서 발표 유예기간을 무릅쓰고 의원들이 즉각 공개하고 나섰다. 이는 <AP> 탐사보도팀의 트리늄 유출 취재 내용이 보도에 의한 것이다는 것.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버몬트 주)는 <AP> 통신과 감사원 보고서에 대해 "노후 원전들의 안전에 대한 곤혹스러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노후된 버몬트의 양키 원전이 폐쇄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감사원 보고서가 내린 충격적 결론은 원자력 안전을 책임질 핵규제위원회(NRC)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원전업체들이 지난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원전의 노후화가 진행될 때 지하에 묻힌 배관이 유출을 일으키는 상태를 신속하게 감지하기 위한 보완책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NRC는 이에 대해 어떠한 보장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AP> 통신은 "NRC와 원전업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상업용 원전을 설계수명 연한을 넘어 계속 가동하기 위해 안전기준을 약화시켜왔다"면서 규제당국과 원전산업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NRC와 원전업체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지나친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일 뿐 안전을 훼손하는 규제완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완화로 인해 미국의 원자로들은 사고의 임계점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두 상원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지하 배관은 원자로가 셧다운될 때 노심을 냉각시킬 냉각수가 통과하는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처럼 멜트다운 사태가 미국의 원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 원전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벗기 위해 연방 독립기구로 개선됐다는 미국의 핵규제위원회(NRC)가 아직도 '원전 마피아의 일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견주해보면 규제당국이 원전산업 주무부처에 소속된 한국에서 "원전은 안전하다"는 원전당국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