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 비용 1기당 1조원에 달할 것"

발전소 폐쇄 경험 없어 ‘3,251억원’으로 낮게 추산

현재 법률상 원전 해체 비용은 발전소 1기당 3,251억원으로 추정되어 있지만 실제 비용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정 비용은 2003년 말 기준이며, 아직 해체 기준이나 방식,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낮게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해체 비용이 별도로 모아져 있지 않고 장부상의 부채로만 남아 있다. 2006년 감사원은 한수원이 원전사후처리충당금 중 6,874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등 핵폐기물 처분 비용과 원전 폐쇄 비용이 잘못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하게 되었지만, 원전 폐쇄 비용은 아직까지도 한수원의 장부상 금액으로만 남아 있다.

감사원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한수원은 이 기금은 장부상 금액이 아니라,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는 돈이라며 큰소리를 쳐 왔다. 하지만 막상 2008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을 만들 때에는 이 금액을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부담이 크다며, 5년 거치 15년 분할 상환의 조건을 달았다. 따라서 실제 원전 폐쇄 비용도 지금처럼 미리 적립해놓지 않고, 추정 금액보다 커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미 원전 폐쇄를 해본 외국의 경우, 대표적인 분석 사례로 2003년 MIT 연구진이 내놓은 ‘핵발전의 미래(The Future of Nuclear Power)’를 들 수 있다. 2003년 발표 이후 2009년 한 차례 업데이트되기도 한 이 보고서는 국내외 원전산업계에서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많이 언급하는 자료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단지 원전의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고 기후변화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과 극복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시대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보고서의 첫 번째 극복과제가 ‘비용’이다. 2003년 보고서는 각종 분석을 통해 원전(6.7¢/㎾h)이 석탄(4.3¢/㎾h)이나 가스복합발전(4.1¢/㎾h)에 비해 비싸다고 밝혔다. 2009년 보고서는 조금 더 업데이트되었으나 순위가 바뀌지는 않았다.(원전-8.4¢/㎾h, 석탄-6.2¢/㎾h, 가스복합발전-6.5¢/㎾h) 물론 원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소세 도입과 같은 규제를 추가할 경우 원전의 경쟁력은 상승하게 된다며 각국 정부에게 이를 권고하고 있다. 연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국내 원전산업계의 주장과는 다른 연구 결과다.

또한 국가별 발전비용 차이를 비교한 2005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체코 등의 경우 가스화력발전이 원전에 비해 더 비싸다. 하지만 미국, 독일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이 원전에 비해 더 저렴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석탄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원전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0.38$/㎿h 정도의 이점밖에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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