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해직·구속 등으로 고초… 기숙사서 합숙하며 신뢰 쌓아

영산성지고에서 지난 달 30일 퇴임한 고진형(62․ 사진) 교장은 “아이들이 자기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과정에서 해직·파면·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으며 전교조 전남지부장과 교육위원을 지냈던 그는 2006년 목포공업고 생물 교사로 복직했다가 2009년 9월 대안학교인 백수 영산성지고 교장으로 초빙됐다.

고 교장은 청소년기 성장통을 심하게 앓던 학생들의 ‘아름다운 변화’를 보는 기쁨이 가장 컸다고 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영어사전을 사고 싶어요’,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까?’, ‘도자기 공예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소개해주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를 ‘울보 교장, 울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스스로 길을 찾아갈 만큼 좋아진 아이들에겐 ‘하산하라’(웃음)며, 일반 학교로 전학을 권유하고, 세상에 나가 어려움을 이기는 법도 배우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교장으로서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은 일반 학교에선 적응하기 힘들었던 아이들이 스스로 대안학교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등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결국 인성교육과 학습을 이분법으로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새삼 깨달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목욕탕에도 가고, 아이들이 아프면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이 학교에서 사제는 ‘신뢰’로 맺어진 공동체로 살아간다. 그 역시 일주일에 6일을 학생·교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지낸다. “사람 사이의 만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입니다. 교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일반학교도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원불교재단에서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한 것에 큰 감명을 받았고, 종교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원불교재단은 1975년 중등부 학교를 열어 82년 성지학교로 인가받았으며, 98년엔 고교 과정(6학급)을 설립해 현재 학생 124명을 교육중이다.

퇴임 뒤 ‘전교조 전남지부 20년사’ 편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인 그는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반성문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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