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22호선, 영광에서 광주까지 그 철학적 사유(思惟)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년 시름을 안고 살아간다. 그 시름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불필요한 욕망때문이리라. 허나 불필요한 욕망이란게 어디 있으랴! 그 욕망의 거처 또한 우리들 삶의 현실이고 이미 오욕칠정(五慾七情)의 본성을 타고났는걸...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없다. 이럴 때 여행을 떠나자. 그 여행이란게 별거냐? 특별히 요란을 떨 필요도 없고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고, 따로 준비할 것도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일터로 집으로 날마다 가고 오는 길이지만 오늘은 여행자가 되어서 그 길을 달려보자.

회색빛 짙은 겨울날이다. 날씨는 흐리고 짙은 연무가 드리워진 새벽, 해뜨기 25분 전, 신하병원 앞 종산교차로에서 국도 22호선 진입, 광주 방향으로 시속 80km 유지(그 속도가 적당하기 때문).

새벽 안개 속에서 까맣게 웅크린 산들은 유난히도 크고 높아보인다. 학정리 고개 너머 서해안 고속도로와 교차지점을 지나 왼쪽으로 완만하게 휘어진 커브를 돌아서면 달리는 차를 빨아들이듯 나타나는 협곡, 협곡이 아니라 산의 중심을 깎아내서 뚫은 길이기에 협곡처럼느껴진다. 그 곳은 지날 때마다 어떤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그 협곡을 빠져나가면 저만치 앞으로 보이는 산, 산, 산들의 어깨동무...

그 첩첩함 속으로 더 이상의 길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다가서면 용케도 다시 산자락 사이사이를 비집고 또 이어진 길이 경이롭다. 그렇게 이어진 길을 따라 연암리 오르막에 이르면 이제 더 이상을 품을 내어주지 않은 채 턱 막아서버린 산.

그래서 사람들은 그 산 아래로 터널을 뚫었다. 영리하게도 산과 산이 이어진 곳 중에 가장 낮고 폭이 좁은 지점을 골라 밀재터널을 뚫은 것이다. 그런데 그 터널에 진입하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이 터널은 사람들의 영리함(이성적인 것, 논리적인 것, 지적인 것....등)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머리만 가지고는 안 될 가슴으로 선택되어진 지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밀재 터널은 과학적이고 문명적이고 기계적이고 산업적인 산물이기 보다는 실존(實存)적이고 생태적(生態的)인 것임이 분명하다.

깊은 사유의 피안(彼岸) 저쪽의 세계를 꿈꾸며 그 생태학적 터널을 빠져나가도 특별히 달라진 것 없이 다시 또 길은 길게 이어져있다. 그 길 위를 달려서 차는 어느덧 외치재를 오르고 있다. 오르막 정면으론 온통 희끄무례한 하늘만이 올려다 보인다.

“저 공간 어디에 우아한 천상의 세계가 있을까?” 사념(思念)의 머리를 흔들며 송산대교를 건너서 어등대로에 진입한다.

호남대학교 앞을 도착하기 전 바로 그 때 무등산 저 너머로 물들었던 여명이 잦아들면서 황룡대교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 붉게 떠오르는 그 눈부심과 찬란함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몽환(夢幻)의 여행길 위에서 나의 실존을 확인하고 길을 묻는다.

“인생아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냐?”

아직도 해답은 없다. 다만 내 실존의 자각(自覺)만이 있을 뿐이다.

“실존(實存)은 본질(本質)에 앞선다.”고 했던가? 그래, 나의 존재로부터 기쁨도, 슬픔도, 욕망도, 고뇌도 그 외 세상 그 어느것도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어쨌든 떠오른 저 태양과 함께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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