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동락공동체 이민희

영광신문 창간 15주년을 축하한다. 영광신문 15년사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작은 지역신문이 헤쳐왔을 고난과 역경은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민을 대변하는 독립언론으로써 영광신문의 명맥을 지켜온 기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날 ‘8대2’도 모자라 ‘9대1’로 치닫는 극한의 양극화 속에서, 생존경쟁의 제로섬 게임에 내몰리는 것은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지식정보와 뉴스의 서울 편중 현상과 중앙집중적 신문시장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 중앙 언론사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스 생산-소비의 새로운 매커니즘은 쫓아가기도 버겁다. 더구나 케이블에 종합편성채널 같은 신생 매체들까지 범람하니 작은 지역신문의 처지가 가히 ‘사면초가’라 할 만하다. 그동안 ‘지역언론을 살리자’, ‘신문시장구조를 개혁하자’, ‘중앙-지역언론간의 불공정 경쟁을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없이 변죽만 울리기 일쑤였다. 만성화되는 위기담론 속에서 90년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수많은 지역신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사실 지역신문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구독률’이다. 지난 2006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실시한 ‘지역신문 구독자 조사’에 따르면 유료 신문 구독 가구 중 전국지를 구독하는 가구는 41.5%인데 반해,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5.8%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지역민들이 지역신문을 안 본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지역 공공 커뮤니케이션 실종’이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역신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생활속에서는 중앙 담론과 거대 이슈를 쫓는 지역민들의 ‘이율배반성’이 지역신문의 위기를 키우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 60면 가까운 지면, 200만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중앙 일간지에 지역 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란 고작 1~2면에 불과하다. 언론에서 지역의 철저한 소외는 지역의 자생적인 힘으로 작은 언론을 살리고 키우는 것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10개의 전국지와 1200여개의 지역지를 발행하는 영국은 전체 독자의 86%가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반면 전국지 구독률은 7.3%에 불과하다. 단지 우리와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이 꿈같은 이야기를 대한민국 작은 농촌인 영광에서 현실로 만들 수는 없을까.

중앙 이슈에 울고 웃는 ‘딸랑딸랑 저널리즘’, 기사 품격 떨어지는 ‘B급 언론’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지역정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지역신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영광신문은 돈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바른 언론, 민의를 담아내고 지역 이슈를 발굴하는 대안 언론으로서 부단한 혁신을 해왔다. 영광지역 교육 문제나 노인일자리 사업 실태에 대한 분석 기획도 시의적절했고, ‘독자위원회’를 통한 옴부즈맨 기능 강화와 ‘한 책 읽기 운동’과 같은 지역 캠페인도 돋보였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난 15년의 역사를 이어 다가올 15년을 내다보는 지혜와 열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키워드는 ‘공동체적 참여’의 확대다. 3기에 접어든 독자위원회를 안착화시키면서도 지역민들에게 참여의 폭을 대폭 확대하는 과감한 기획이 필요하다. 흔히 ‘참여’하면 SNS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젊은층이 많은 도시에서라면 모를까 인구유출과 노년층이 많은 시골 농촌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참여의 문법도 지역 실정에 맞게 다시 써야 한다. 지역 내 학교, 병원, 시민단체, 친목단체 등 되도록 많은 곳에 문호를 개방하고 객원기자, 시민기자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주민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생활밀착형 기사들은 지역 구석구석에 있는 객원기자들이 담당하고, 영광신문 기자들은 지역의 핵심 현안을 심층 보도하는데 역량을 배분한다면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살릴 수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공익성’ 강화다. 지역의 작은 언론이 사는 길은 철저한 로컬화 전략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밀착형 보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나아가 지역 언론의 시민단체적 성격, 즉 ‘공익성’을 강화하는 것은 로컬화 전략의 더 적극적인 표현이다. 영광신문이 지난해 펼친 ‘한 책 읽기 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좋은 예다. 지역민의 요구와 지향을 담아내는 사업을 꾸준히 기획하고 벌여낸다면 결국은 신문 구독 확산으로 이어지는 일거양득의 성과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양대 선거를 치르는 2012년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지역 정치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지역민의 커뮤니케이션 욕구 분출로 이어진다. 지역신문은 이를 담아내고 지역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임을 잊지 말자.

영광신문은 영광지역의 희망이다. 작은 언론이기 때문에 가지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은 거대공룡 같은 중앙 일간지에 감히 비견할 바가 못 된다. 지금까지도 잘해왔듯이 영광신문의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살려 ‘타 지역신문을 선도하는 신문’으로 비상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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