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2012년 3월 2일 봄비는 왜 그리 서러웠던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죽인다며 거대자본을 향해 겨눈 칼로 자신을 찌른 사건이 있었다. 2005년 겨울, 전 세계에 자본의 힘만이 유일한 경제정의로만 알고 있었던 지구촌 지식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UR반대 홍콩 시위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거대경제블록을 깨뜨리는 시금석이 되었다. 그 후 2008년 벌어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철저한 검증없이 밀어붙였던 한미FTA 찬성에 대한 처절한 자성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한미FTA가 얼마나 거대자본을 위한 수단인지, 이 협정을 통해 못 가진 자들의 박탈감이 얼마나 심할 것인지 뼈 속 깊이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자본의 힘만이 유일한 정의라고 생각하는 신자본주의 논리에 맞서 싸워왔던 농민 투쟁의 역사는 이제 그 정점을 향해 내닫고 있다. 그 시간이 바로 2012년 3월15일 0시다. MB정부와 미국은 이 날 이 시간부로 한미FTA를 발효한다고 한다. 과연 이 땅의 정의는 자본뿐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서러운 봄비로 내렸다. 하늘의 눈물이 되어 땅을 적시는 한탄과 위로로 도청 앞 포도 위를 적신 농민들의 눈물은 우리의 할퀴어진 마음을 달래며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박준영 도백에게 바라는 혁신적 사고는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말인가?

이런 위기일발의 농업환경에 대한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의 인식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영세 상인들의 세금으로 농업과 농촌에 지원을 지금까지 해왔으나 이런 퍼주기식 지원은 이제 끝을 내야한다는 시각을 가진 또 한 사람의 신자유주의 경제론자이기 때문이다. 도백에게는 우리나라 농업농촌에서 살고 있는 농민들은 세금을 하나도 안내고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나 보다. 또한 전남농업의 현실을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산업으로 보고 있음이리라.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이 한미FTA에 대한 찬성발언으로 이어졌으며, 4대강 사업 찬성이나 F1사업에 대한 개념없는 무작정 추진정책으로 도민들의 배고픈 허리띠를 더욱 옥죄고 있다. 상생과 보편적 복지라는 시대정신에 위배되는 도정은 도민들의 원성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금껏 쌀을 생산하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지불해왔던 벼경영안정대책비라는 직불금 550억원 예산을 반토막내서 반은 현행처럼 직불금으로 지불하고 반은 쌀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비로 해당 시군지자체에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지침이란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지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다. 하나는 이 경영안정대책비는 쌀농사를 짓는 영세농들의 사기를 살리는 응원성격의 위로금이라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이 예산은 직불금으로 작금의 시대환경에서 쌀농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 증표였으며, 그래도 아직은 쌀이 천대받고 있지는 않다는 자부심이었음을 모르는 처사라는 것이다. 박지사는 이런 작디작은 농심의 자존심을 꺾어 내동댕이쳐 버렸다. 두 번째로 반토막낸 대책비를 시군 지자체에서 경쟁력사업에 활용하라는 지침은 국가 기반산업 활성화 예산을 받아 경쟁력제고 사업으로 시행해야할 정책으로 도지사나 지자체장들이 해결해야할 과제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정책자금 타오는 것이 어렵다고 어려움을 피해가려는 얄팍한 수로 경영대책비를 전용하는 것은 공무원이나 지자체 장들의 직무유기를 방조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박지사의 독단적이며 안하무인격인 소통문화를 지적하고자 한다. 문제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소통이요, 정치인들이 풀어야할 과제이리라. 허나 박지사는 도무지 들으려는 생각이 없나보다. 농민연대의 공개면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은 모두 박지사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른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리라!

이 모든 정책은 가치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장경제를 지향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주의적 경제관을 통해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조직화된 시장을 지향할 것인지 경제적 신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식인이나 운동가들 중에는 사회주의적 신념에 경도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사회 발달을 계급투쟁의 역사로 인식하고 자본가에 대한 지나친 경쟁의식을 가진 자들이다. 1980년대 동유럽에서 몰락한 사회주의는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지구상에 유일한 교과서적 사회주의국가를 지향한다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심취한 자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인본주의의 결국은 또 다른 물질론에 의한 투쟁만을 낳을 뿐이라는 것이 명백한 역사적 예견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질 경제가치관은 자본만이 절대적 정의라는 신자유주의적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자본주의를 지향하기를 소원한다. 상생의 삶을 우선시하고, 나눔의 경제가 아름다운 경제적 도덕이 되는 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경제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지 그 길이 보일 것이다. 박준영도지사도 MB정부도 한번쯤은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에 귀기우려 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농업의 조종을 울리는 한미FTA 발효폐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길 강청하며 기원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