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가 새롭게 다가선다!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의 출처는 사기(史記)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이다. 계명(鷄鳴)은 닭 울음소리라는 뜻이고 구도(狗盜)는 개 도둑이라는 뜻이다. 이고사의 시작은 이렇다. 제(齊)나라의 맹상군은 식객을 많이 데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진(秦)나라 소왕(昭王)의 부름을 받았고 흰색 여우가죽으로 만든 외투인 호백구를 바쳤다. 소왕은 맹상군을 재상으로 중용하려 했지만 그에 반대하는 대신들이 맹상군을 죽이려 했다. 음모를 알아차린 맹상군이 소왕의 애첩인 총희에게 궁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자기에게도 호백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되자 맹상군의 식객 중 한 명이던 개 도둑이 밤에 몰래 진나라의 창고에서 호백구를 꺼내 와서 그녀에게 줘 겨우 풀려나게 되었다. 궁에서 빠져나와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는데 아직 날이 새질 않아 문을 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자 또 맹상군의 식객 중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이가 ‘꼬끼오’ 소리를 내니 모든 닭이 따라 울어 관문을 열게 되었고 무사히 제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맹상군은 계명구도지웅(鷄鳴狗盜之雄)이라는 별칭을 하나 더 얻게 되는데 이는 닭 울음소리를 내는 자와 개 도둑의 영웅이라는 뜻이다. 계명구도는 얕고 비겁한 잔재주로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속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여겨지지만 사실상 ‘천박한 재주도 필요한 때가 있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손자의 도(道)는 현실을 근간에 둔 “하나”를 이루는 것이었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1편에는 도(道)의 개념이 나온다. 도(道)는 중국 철학의 핵심 화두(話頭)이며 사용자에 따라 용법도 다양하며 난해하다. 노자(老子)의 도(道)는 변화(變化)를 관장하여 만물의 생성과 소멸하는 이치를 도(道)라 했다. 공자(孔子)가 말하는 도는 노자와 다르다. 공자는 자연이 아닌 사람의 도를 말하였고 마땅히 사람이 밟아야 하는 길을 이야기했다. 이런 점에서 노자가 자연 사상의 출발이라면 공자는 인문 사상의 출발이다. 공자의 도는 사람이 닦아가는 길인데 이를 ‘문(文)’이라 하며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말한다. 반면 노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일을 완성한다는 ‘무위(無爲)’를 주장했다. 이렇게 도의 개념은 각각이다. 그렇다면 공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손자는 도를 어떻게 말했을까? 손자가 말하고 있는 도는 당시 제자백가(諸者百家)들이 주장하는 도의 개념과 다르다. 시계편에서 말하고 있는 도는 이렇다. “도라는 것은 위와 아래가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가히 함께 죽기도 하고 가히 함께 살기도 하여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갈라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道者 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民不詭也).” 무슨 뜻인가? 그렇다.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이 ‘하나’가 되면 삶과 죽음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도 아니고 공자가 말하는 ‘문’도 아니다. 손자의 주장이 어찌 놀랍지 않은가? 당시 세상을 풍미했던 백가의 사상을 따르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도를 논한 것이다. 손자의 통찰력(洞察力)이 놀랍다. 손자는 춘추시대 말기 당시 제후들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그 속내를 정확히 짚어냈다. 당시 제후들의 관심은 오직 어떻게 하면 군사력을 증대하여 더 많은 땅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작금의 세계적인 시대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을 앞세워 자신의 영토를 넓히려는 인간의 욕심은 과거와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손자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집단의 목적과 승리를 위해 무엇보다도 싸우는 사람들이 ‘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생사를 건 전투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의 도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과연 철저한 현실주의자답다.

손자의 道는 백성의 마음을 한마음으로 뭉치는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도의 의미를 현실과 미래적 가치를 통해 새겨보면 이렇다. ‘하나’의 의미 속에는 사람을 다름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깔려 있다. 손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옛날에는 지도자의 강함과 힘이 리더쉽으로 인정되었으며 다름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으나, 현재의 시대상황에선 과거의 가치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는 것만이 진정한 의미의 리더쉽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시대적 가치는 ‘소통’이 되었다. 손자는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재를 사는 이유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손자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리더여, 도의 진정한 의미를 알라.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라. 그러기 위해선 사람을 외모나 선입관 또는 능력 위주로만 평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품어 ‘내 사람’으로 만들어라. 이것을 잘 알고 실천하는 리더는 성공하고, 이것을 모르는 리더는 실패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리더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계명구도(鷄鳴狗盜)가 새롭게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다가서는 이유이리라!

군민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것만이 영광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총선이다 뭐다해서 지역민의 마음들이 바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는 누가 책임져 주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의 일꾼들이 바로 뽑혀야 할 것이며 이들이 가져야할 시대적 책임감과 의무는 실로 막중한 것이다. 부디 바라기는 지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소통의 자세를 가진 일꾼이 선출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영광군이 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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