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주)영광군유통회사 이사

검역주권을 포기한 정부

미국 농무부는 지난 4.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2번째, 3번째는 2008년 수입재개를 하기 전에 발생하였고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발생은 수입 재개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로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도 않았는데도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자발적으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중단하는 것만 봐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5월 8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미국산소고기 수입중단조처관련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 ▲이미 수입된 소고기를 전부 조사하겠습니다. ▲검역단을 미국에 파견하여 현지 실사하겠습니다. ▲학교 및 군대급식을 중지하겠습니다 등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서규영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언행을 보면 우리나라의 장관이 아니라 미국 농무부장관으로 착각할 정도다. 야당은 말 할 것도 없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수입중단 내지는 검역중단 요구에 대해 발병된 소가 수입되고 있지 않은 30개월령 이상이고 동물성사료에 의한 발병 또한 아니고 육우가 아닌 젓소 이니, 미국에서 수입되는 소고기는 안전한데 왜 그 짓을 하느냐고 맞서고 있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미국산수입 소고기는 안전하니, 국민의 오해를 바로 잡는데 주력(홍보)하라고 주문하였다하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수입반대 학자 뺀 신뢰 못할 현지조사

미국 광우병 문제를 현지 조사할 민관합동조사단이 지난 4월 30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수입 반대 측 인사가 빠진 친정부, 수입 찬성측 들만의 반쪽조사단으로 조사한다하니, 무슨 공정성이 있어 누가 믿어주겠는가. 농수식품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당초 반대쪽 인사까지 포함하는 조사단을 파견하려고 하였으나 국익을 생각지 않은 과도한 자기주장과 행동으로 오히려 자체조사가 어려워질 수 있어 일부러 뺐다는 것이다. 조사결과가 뻔 한 것 아니겠냐는 식이다. 그러나 거꾸로 였어야 했다. 입장에 관계없이 의혹을 가진 누구에게라도 문을 열었어야했다. 우리나라에서 광우병문제는 과학의 차원을 넘어선 불안과 불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발생농가에서는 합동조사단의 농장방문을 이미 거절해온 마당에 사료공장과 도축시설 방문조사로 무엇을 조사하고 얻어 올 수 있겠는가. 단지 미국관계자가 안내하는 대로 방문하고 브리핑만 듣고 오는 소극적이고 형식적인조사가 될 것이다.

선(先)검역중단, 후(後)수입중단이 대책이다.

이번광우병 사태 파동을 통해 이명박정권의 무책임, 거짓말, 말 바꾸기 등 온갖 추한 모습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중단조처를 취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2008년 당시 한승수 총리담화문, 신문광고 등을 통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에게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거꾸로 국민을 윽박지르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이번사태의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자신이 알고서도 거짓말했다면 거짓말대통령이요, 밑으로부터 보고를 잘못 받았다면 무능대통령이 아닐 수 없다. 이대통령은 침묵작전으로 빠져나가려 하지 말고 이번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중단 조치 없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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