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한농연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장

지난 5월 2일 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르면 이달 말 본 협상에 착수하게 될 전망이다. 한․미FTA의 비준안이 통과된 이후 농업피해의 우려로 전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가장 피해가 큰 경제영역인 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농업의 파산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한 MB정부의 한․중FTA 협상개시 선언은 바쁜 농사일에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현장에서 묵묵히 농사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는 농사꾼들의 뒤통수를 친 비열한 작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중FTA는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민감 품목이 230여개나 되는 등 농업에 직격탄을 입게 되어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만으로도 농업생산액이 14.7% 감소하는 등 한․미FTA의 2배 이상으로 농업에 피해가 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멜라닌 파동 및 발암물질 검출 등 지속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되어 온 중국과의 FTA가 체결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에 의한 국민건강권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특히 전 세계가 경제민주화라는 명목 하에 각 산업별 균형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MB정부의 철학 부재는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한 농업현실 점검과 대책의 효과검증은 도외시한 채, 단일 정부 하에 한․EU, 한․미FTA에 이어 이번 한․중FTA 협상개시 선언까지 해버렸다. 이런 오만함과 무모함은 3대 농업최강국과의 세계 유례없는 폭넓은 개방을 폭주기관차처럼 진행하고 말았으니 그에 대한 검증과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도대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對중국 수출 주력품목은 대부분 무관세이고 관세가 있더라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5~6%수준으로 매우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한․중FTA는 농어업 등 취약산업의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게 되는데 반해, 이득을 보는 산업분야의 경제적 실익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순히 대외적으로 개방화의 전도사라는 명칭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 몰라도 이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자기의 안방을 아무런 방비없이 개방하는 것은 병법의 기본조차 무시한 초등학생의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농어업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재배되는 품목은 물론 작부체계까지 유사해 한국농어업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의 수출 전초기지인 산둥성 채소단지와 동북지방의 곡창지대는 한국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이 재배되고 있어 사실상 모든 농산물이 경합관계에 있다.

또한 한중 농수산물 교역의 특징은 우리가 중국산을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구조로 고령농·영세농 구조를 가진 한국농어업의 특성상 관세 인하로 인해 중국 농수산물의 대거 수입될 경우 농수축산업의 지속성이 저해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한농연 등의 농민단체를 포함한 400만 농수축산인은 농업망국의 지름길이 될 한․중FTA에는 농업분야가 어떠한 수준에서도 포함된 협상 추진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 경제사조인 신자유주의적 경제관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경제탈출구로 여기고 있는 보수집단의 집권가능성이 농후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대안의 폭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다. 그러나 위기 가운데서도 우리가 준비해야만 하는 대안만은 미리 마련해가는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며, 영광군 지자체 안에서도 우리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아가야할 것이다.

첫째, 법인세 1% 농어촌부흥기금 적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농어촌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민족의 뿌리임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자기선언이자 이런 농어촌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킴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FTA 체결이후 수출 증가율만큼 농어촌부흥기금 적립을 주장한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경제분야의 이윤 중 일정부분을 피해를 보는 경제분야에 되돌려주는 최소한의 안정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이낙연 국회의원의 공약이기도 하다.

셋째, 기업과 군대 내 급식소(구내식당)등에 우리농산물 사용 장려하는 등 우리농업 살리기 정책대안을 마련해서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공무원들이나 군대, 또는 유명회사에서 우리농산물을 급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때 우리농업의 안정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업농촌의 교육적 기능을 다각화하고 체계화하며 적극 장려해서 우리의 다음세대들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자부심과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을 주창하는 바이다.

우리 군에서도 필자나 다른 농업관련 대언인을 통해 몇 차례 주장해온 102억 농업발전기금에 대한 공론화를 하루속히 시작해서 향후 영광의 미래농업에 대한 장기비전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각 농관련단체장들에게 촉구한다. 자신의 논리만이 전부라는 진부한 생각을 고집한다면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이 때를 읽지 못하거나, 때를 놓치게 되면 촛대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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