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됐으면 한다”

평교사 42년 고향학교서 정년… ‘황조근정훈장’ 수상

고향 영광서 42년의 평교사로 정년퇴임한 최병배(62・사진) 홍농초등학교 교사가 공로를 인정받아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특히 최 교사는 본인이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42년 6개월의 교직생활을 마감해 더욱 화제가 됐다.

최병배(62) 교사는 6·25가 있던 1950년 영광 홍농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 학교 32회 졸업생이다. 지난 달 29일 학교강당은 최 교사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한 하객들로 넘쳐났다.

“전쟁 때 나고 자라 어려웠던 유년을 겪으면서 겨우 시작한 교사직이 벌써 40년을 넘었습니다. 아쉽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장이나 교감 등으로 승진한 뒤 출신학교에서 퇴임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40년 이상 평교사로 지내며 출신학교에서 퇴임식을 가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 3월 영암에서 시작한 교직생활이 어느덧 마무리 되는 순간, 최 교사는 축하 받고 있지만 속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3학년 담임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 때 큰형이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홧병으로 돌아가신 뒤 집안 살림은 크게 어려웠다. 실제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무등산 산장에서 원효사 가던 길목에 집이 있었다. 이곳에서 광천동에 있는 송원고(당시 숙문고)까지 매일 수십킬로미터를 걸어서 등교했다.

“완도의 사후도라는 섬에서 3년동안 모두 5명의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 가운데 5학년 아이가 서울로 전학을 가자마자 시험을 치렀는데 반에서 5등을 했다며 고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난의 아픔 때문인지 공부 잘 하지만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장 안타까웠다는 최 교사는 “모두가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 이외에 다른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교감이나 교장 등 승진의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고향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후배 교사들에게 양보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래서 5년동안 맡아 온 전남지역 초등학교 농구부 감독도 후배에게 물려주고 이른바 할아버지 담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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