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회창과 손학규의 모습이 눈에 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손 대표는 문 후보에게 감정이 좋을 까닭이 없다.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나선 그에게서는 ‘신사’ 혹은 ‘대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차떼기 당’의 주인공인 이회창씨는 박 후보의 정치쇄신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 후보가 미래를 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예비’ 딱지를 뗀 후보들과 운동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이구동성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는 이회창 씨의 모습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손학규 전대표의 모습이 눈에 띈다. 3김 시대 이후의 정치권에서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의 맨 위에 자리매김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패한 뒤 모습을 보이지 않던 손 대표가 법정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에서는 ‘신사’ 혹은 ‘대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손 대표는 객관적으로 학력과 경력, 능력과 경험 등 어느것 하나 문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거대한 계파를 이루지 못해 패 했을 뿐이다. 계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그의 정치 철학이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 후보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개인적 감정을 뒤로 하고 실정을 거듭한 정권의 교체를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회창씨는 박 후보에게 처음 금배지를 달아준 장본인이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에게 패한 이듬해 재보선에서다. 박 후보의 정치적 멘토인 셈이다. 잇달아 노무현에게 패한 이회창은 17대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3연패 했다.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패한 박근혜에게 3고초려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박근혜는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이유로 냉정하게 뿌리쳤다. 그 박근혜가 내미는 손을 기다렸다는 듯 덥석 잡았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손을 내민 박 후보와 그 손을 잡고 크게 웃는 이회창씨를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차떼기 당’이다. 차떼기로 헌금을 받은 한나라당을 국민들은 ‘차떼기 당’이라고 비아냥댔다. 당이 풍비박산 위기에 몰릴 정도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위기의 한나라당 구원에 나선 박 후보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천막 당사로 이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구원에 성공, 대통령에 도전하는 중량급 정치인으로 성장 했다.

‘차떼기 당’ 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는 이회창씨와 손잡는 것이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정치쇄신이다. 박 후보가 정치쇄신을 공약하면서 주홍글씨의 주인공과 손을 잡는다? 쇄신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받아 마땅하다. 노회한 주홍글씨의 주인공 , 아니 ‘차떼기 당’의 장본인은 ‘네거티브’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순진한 안철수를 구슬려 낭떠러지로 내몰았다” “문재인이 안철수를 정치적 자상 시켰다”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우리 편이 왜 당선돼야 하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을 비방함으로써 승리하겠다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다. 현대 선거전에서 금기시하는 선거운동 방식이다.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니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다.

거리에 나선 이회창에게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도 연상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자들에게 청나라의 강희제가 심어준 금언이다. 이회창은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나서면서 ‘차떼기’를 했다. 수신(修身)을 못한 것이다. 결국 낙선 했다. 제가(齊家)도 못했다. 아들이 국민의 의무인 군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고도 치국평천하 하겠다고 나섰으니 하늘(국민)이 이를 용납 하지 않았다.

‘차떼기’를 수사한 검사도, ‘차떼기’의 주인공도 모두 품에 안은 박 후보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박 후보가 과거를 과감히 버리고 밝고 희망찬 내일을 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불량식품은 개인만 아프게 하지만 불량 정치는 나라를 아프게 한다”는 언론인의 진정어린 충고를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