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기/ 사회복지법인 난원

2013년 새해다. 계사년의 첫 아침을 환하게 열어 제친 첫 해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세상 곳곳을 따뜻하고 공평하게 비추어 주었다. 우리 고을을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물무산의 언저리에도 계사년의 첫 햇살은 어김없이 내려앉았다. 6만의 군민들을 행복과 편안함으로 챙겨줄 군청의 옥상에도, 여성대통령의 시대를 연 박근혜 당선자의 어깨 위에도, 선거에 패한 뒤 혁신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사 위에도, 그리고 한없는 생명이 넘실대는 서해안 칠산 앞바다에도 첫해는 밝게 떠올랐다.

새해, 첫 일출은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아픈 곳도 빠치지 않고 찾아 들었다. 전기장판 하나로 힘겹게 엄동설한을 이겨가고 있는 독거노인의 집 위에도,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북녘 동포들의 머리위에도, 생존권을 걸고 칼바람과 싸우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올라 간 송전탑 위에도, 몇 푼 안 되는 파지를 모아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노파의 리어카 위에도, 햇살의 따스한 손길은 비껴가지 않았다.

계사년의 밝은 햇빛은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서도 함께 꿈틀거렸다. 새벽부터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노동자의 망치소리에도, 새로운 다짐과 희망을 품으며 일출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가슴속에도, 병실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우들의 눈동자에도, 삶의 역동이 가장 먼저 깨워나는 어판장에서도, 눈부신 햇살은 그렇게 새로운 막을 힘차게 걷어 올렸다.

새해가 사람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도 책임감이다. 사람의 한 평생을 80으로 잡았을 때, 80분의 1이 어제 지나갔고 80분의 1이 새로 시작되었으니, 각자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없이 소중하겠는가! 세월이 빠르다고 느낄 때도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겠는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한 살이 늘어났으니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책임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귀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그래서 희망을 품게 된다. 때문에 새해가 되면 누구나 희망과 목표를 가슴속에 그려가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작년 한해도 우리를 웃게 한 일보다는 슬프게 만든 일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올해 역시 연초부터 암울한 소식들이 더 먼저 들린다. 우선 올 경제를 놓고 한결같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 물가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서민들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둡기만 하다.

각종 공공요금이 도미노 인상 조짐을 보이고, 식탁물가도 적신호가 울렸다고 한다. 정부조차 물가인상에 대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일찍 엄습한 추위만큼 서민경제에도 혹독한 한파가 불어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게 되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지고 각박해졌다는 말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있어 새해는 늘 희망이고 경건함의 대상이다. 우리에게 새해란 “지금까지 어떻게, 무엇을 했느냐?”를 묻는 게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말이기에 미래 지향적이라 참 좋다. 새해가 되면 지난 힘든 일들을 잊고 새롭게 다짐을 하는 이유도 작년이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해의 아침이 모두에게나 찾아오는 건 아니다. 내일을 맞이할 마음가짐이 갖추어진 자에만 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과거를 놓아 버리고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비울 건 비우고, 버릴 건 버리고, 용서할 건 용서하고, 해야 될 건 하면서 한 해를 뚜벅뚜벅 걸어갈 다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뱀띠 해다. 십이지 가운데 여섯 번째인 뱀은 성장을 할 때 허물을 벗기에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再生)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한 성서에 “뱀처럼 지혜로워라”라고 쓰여 있듯, 뱀은 오래전부터 현명한 존재로 생각돼 왔다.

한편 뱀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을 한 사악한 존재이자 위험하고 징그러운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100년 묵으면 용이 돼 승천한다는 신비스러운 존재이면서 풍요와 번영을 뜻하는 영물로 대접받아 왔다. 뱀은 땅속에서도 장기간 살 수 있으며, 수영과 잠수에도 능하다. 뿐만 아니라 나무도 잘 오르고, 머리만 들어가면 어느 곳이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등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중요한 건, 실제 뱀은 아주 깨끗하고 순한 동물로 자신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이상 쉽게 공격하지 않으며, 자신의 먹을 양만큼만 먹고 함부로 생명을 죽이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뱀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계사년의 첫 아침을 뱀의 지혜와 놀라운 생명력, 그리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현명함을 닮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그리하여 연말에 이르러, 함께 웃는 우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새해 아침, 2013년의 출발은 이미 시작되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