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상담만 500건, 긴급피난처 절실

결혼 6년 주부 A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 2명을 뒀다. 남편은 자상하다고 소문났지만 퇴근 후 밤은 지옥이다. 아이들이 잠들면 사소한 잘못도 남편에게 무릎 꿇고 엎드려 빌어야 한다. 화해의 의미로 부부관계를 요구하고 거절하면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결혼 20년차 전업주부 B씨는 결혼 초부터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렸다. 그동안 6명의 여자와 외도하고 들키면 오히려 때려 이가 부러지거나 외상으로 병원 입원만 5번이 넘는다. 외국에서 시집와 남편과 시부모님을 모시는 C씨, 한국에 오니 남편은 지적장애였다. 거의 매일 요구하는 부부관계를 거절하면 시부모의 질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힘든 건 “비싼 돈 주고 왔으면 돈값을 해야지”라며 무조건 남편의 비위를 맞추라는 비인간적 강요였다. 도망갈까 봐 외출도 통제하고 필요한 물건은 같이 사러가야 할 정도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게으르고 도망갈 궁리만 한다는 흉을 보기 일쑤다.

결혼 1년 무렵부터 남편의 주취 폭력에 시달려온 D씨, 결혼 전에는 가끔 술을 먹긴 했지만 순하고 남에겐 싫은 소리도 못하던 남편이었다. 하지만, 술을 먹으면 고성방가에 거친 행동을 보이더니 임신 5개월쯤 물건을 부수거나 뺨을 때리는 등 손찌검이 시작됐다. 7년쯤에는 뺨은 기본, 야구 배트를 휘두르거나 부엌칼을 들고 쫓아다니는 등 폭력이 심각해져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이는 최근 영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정폭력의 단면들이다. 지난해 영광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상담센터가 지역 내 가정폭력 등을 상담한 것은 모두 501건이나 된다. 이중 직접적인 가정폭력은 절반에 가까운 232건이다. 나머지도 성폭력 51건, 성매매 1건, 이혼 31건, 부부갈등 36건, 성상담 26건, 가족문제 76건 등 가정폭력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96%가 배우자이며, 피해 연령은 30~40대가 80%, 신체폭력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이들에게 심리·정서적 지원(179)과 법률상담(59), 소송지원(18), 치료동행(3) 및 의료기관연계(3), 시설입소(15)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가정폭력 등 상담은 지난 2010년 621건(폭력 353건), 2011년 690건(폭력 333건)에서 지난해 501건으로 감소했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임시 보호할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달 관련기관들이 ‘영광지역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의 긴급 피난처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통해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어 행정기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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