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늘어가는 다문화가

1980년대, 한 종교단체가 주도했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외국여성들의 결혼이민이 본격화 하면서 2012년 말 현재 결혼이민여성은 27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결혼이민 시 동반 이주한 중도입국 자녀나 한국인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자녀도 17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배우자를 포함한 전체 다문화가족의 수가 71만 여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제 다문화가족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해 성사되는 결혼 30만 여건(11년 기준) 중 다문화가족을 구성하는 국제결혼이 2만 7천여건으로 전체 결혼 건수의 9%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단군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임을 자랑으로 여기던 폐쇄된 사회에서 열 명 중 한명이 유색인들과의 국제결혼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를 떠나 대단한 변화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반면에 닮지 않아야할 이혼율도 전체 이혼건수의 10%를 상회하는 등 비례하여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50년경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다문화가정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의 국제결혼 추세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미술수업시간에 유색인종임을 암시했던 살색이라는 크레파스의 이름이 바뀌고 단일민족이니 백의민족이니 하는 폐쇄성 짙은 단어들을 국어책에서 삭제하는 등 글로벌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많은 정책들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다문화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 깊이 도사리고 있는 인종적 차별과 편견으로 많은 다문화가정이 어려움을 겪는 등 불편한 진실이 계속되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한국살이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인으로 정착을 해 가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요소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다.

첫째는 배우자의 취약한 경제적 기반으로 인한 생활고이며, 두 번째는 배우자가 갖고 있는 신체나 정신적 장애 등으로 인해 결혼생활에 갈등을 빚는 경우이다.

비록 위에서 거론한 항목들이 결혼이주여성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제결혼사의 동기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배우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심신의 장애는 한국으로 결혼을 희망하는 이주여성들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농어촌 총각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국제결혼이 차츰 농어촌을 벗어나 도시로 확산되었던 것은 일부 결혼중개업체들의 장삿속이 빚어낸 측면이 많지만, 남아선호사상에 의한 성비의 불균형과 함께 독신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결혼 기피 여성들의 비율이 늘어가면서 상대를 구할 수 없었던 총각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결혼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인 문화가 우주를 드나드는 현대에도 상존해 있는 우리나라는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여겨 자녀들의 결혼을 중요시 하고 있는데 특히 결혼적령기를 넘긴 아들의 결혼은 부모로써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가족 중대사 중 하나이다.

심신의 장애 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국내에서 신부를 구하기 어려웠던 총각들은 결국 외국인 아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로인한 생활고와 부부갈등이 이혼의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나라 한해 총 이혼건수의 9%, 즉 이혼부부 열 쌍 중 한 쌍이 다문화가족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물론 그만큼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늘어나고 인권이 향상되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류바람에 젖어 무지갯빛 꿈을 안고 한국으로의 결혼이민을 왔으나 막상 현실은 차별과 편견으로 낙인찍힌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들의 행위만을 결코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문화자녀들의 문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 다문화부부에게서 태어난 2세들이다.

모친과 함께 동반이주한 자녀에서부터 한국에서 얻은 자녀들 까지 다문화자녀의 다수가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2020년 경, 우리 사회에 닥칠 사회적 문제를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수 백 년의 이주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백인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무리를 지어 살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네덜란들의 암보네제(네덜란드 거주 인도네시아인)나 미국의 할렘가, 프랑스의 제13구역 등 선진 각국에서도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아직도 난제로 남아 있는 것은 이주 초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방치를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흑인폭동이 일어난 것도 알고 보면 유색인종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빚어 낸 참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예를 직시하여 다문화가족에 대한 초동 대처가 활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안티 다문화 등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선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한번쯤 생각을 해보아야 할 국가사적 일일 것이다.

다문화가족이 한국의 미래

갈수록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나 정책적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속출하면서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이주 노동자들이나 다문화가족에 대해 갖는 불만과 불평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교통, 통신의 발달과 함께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글로벌 지구촌화를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한다면 우리사회가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독이고 포용함으로써 다가올 다문화사회를 대비하자는 것이자.

다문화가족과 다문화자녀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좀 더 적극적이며 현실적인 관심과 사랑,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장차 야기될지도 모를 다문화가족의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는 길이 아닐까?

다문화가족이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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