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고 곰팡이 핀 집에서 아홉가족이”

지난해 9월 태풍 볼라벤이 지붕을 날려버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방에 비가 새 양동이로 물을 받아야 하고 벽면엔 새까만 곰팡이가 가득 폈다. 다행히 지붕은 수리했지만 안 그래도 얇은 벽의 금간 틈새로 한겨울 한기는 물론 곰팡이 냄새도 자욱하다. 주방에는 쥐가 나와 음식물 보관이 어렵고 아이들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좁은 화장실에는 세탁기까지 있어 씻기는 불편하고 태풍으로 약해진 집은 붕괴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하천 옆에 있는 집은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지인의 도움으로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집이라 이사할 형편은 더욱 어렵다.

영광읍에 있는 20여평 남짓한 이 집에는 6살 초록이(가명)와 부모,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13), 중학교 2·3학년(15·16), 고등학교 2학년(18)인 누나 4명과 이제 2살, 3살 된 동생 등 총 9명이나 살고 있다.

아버지 A씨는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일용직으로 나다니며 일을 했으나 허리디스크가 재발해 2차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악화 된데다 간질환 등까지 겹쳐 집에서 생활하는 날이 더 많다. 어머니 B씨는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다 어린 자녀들까지 많아 집안일 돌보기도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출산 이후 당뇨질환까지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 자주 병원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처지에서 아이들의 학업이나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제대로 유지될 리는 만무한 상황이다. 사춘기를 겪는 시기의 큰아이는 학업보다는 친구 집에서 지내는 날이 잦아들고 둘째 역시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등 모두 집안 형편에 불만과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셋째와 넷째는 큰 문제없이 학교생활도 잘하고 성적도 좋은 편에다 또래관계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살배기 막내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신장(콩팥)이 좋지 않아 물이 차오르는 등 초음파로 검진중에 있어 큰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곳을 사례 관리하고 있는 영광군 사회복지 관계자가 본 초록이네 가정환경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두 부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춘기 자녀들과 소통이 안 되고 있어 사례관리와 두 아이들은 청소년상담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차원의 도움을 주기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및 지역기업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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