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팀 구성, 주거대책 논의 착수

영광읍 초록이네 집을 처음 방문하는 날이다. 금가고 곰팡이 핀 집에서 9가족이 생활한다는 영광군 사회복지사 설명을 들었던 터라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지역 사회에 아직 이런 열악한 환경이 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랄 따름이다. 26일 영광군 복지사 및 관련 공무원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 등과 함께 방문한 초록이네 집은 보고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시멘트벽은 곳곳이 갈라지고 화장실 쪽 외벽은 시멘트 블록이 그대로 노출돼 단열은커녕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나마 지난해 태풍으로 날아간 지붕 일부만이 새로 보수돼 말짱했다. 마중 나온 초록이네 부모와 함께 20여평의 좁은 집안으로 들어서자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2살 막내와 3살 동생, 6살 초록이 등 어린아이와 부모들이 생활하는 2~3평 남짓한 안방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벽은 새까만 곰팡이가 가득 폈다. 그나마 이방은 난방이라도 한다. 큰아이들이 생활하는 건넌방은 비교적 넓지만 그 탓에 냉골이다. 각종 옷장이나 짐들은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 이 방 안쪽에 냉장고와 싱크대 등이 있는 주방은 천장 패널이 무너져 내리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는 심하게 녹슬었으며, 환기가 제대로 되질 않는 듯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심했다. 말이 20여평이지 못 쓰는 공간을 빼면 이곳에서 아홉 가족이 생활한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하필이면 이날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장(콩팥)이 좋지 않아 병치레를 하던 2살 막내가 이마에 열 내리는 파스까지 붙였지만 계속 열이 올라 병원을 가야할 처지다.

이날 방문팀은 영광군, 초록우산, 언론, 기업 등이 연계한 지역사회 지원책 마련을 위한 사전 협의를 마치고 가족의 동의를 얻어 지원방안을 협의키 위해 이곳을 찾았다. 현재 생활하는 집을 보수 및 신축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큰 방향을 가족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타인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사정상 어려워 면단위로 이사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지만 부모들은 선 뜻 결정하질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와 병원 등 차량 없이 생활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의 결정을 남겨둔 상태에서 지원팀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부모의 자립 의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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