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영광신문 편집위원

필자는 여민동락공동체과 함께 광산구 노인복지관을 맡아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광산구 노인복지관의 운영철학은 여민동락공동체와 동일하다. 복지관의 미션은 바로 사람중심 공동체복지이다. ‘마을에서 어르신 한 분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는 표어를 화두로 삼고 있는 복지관이다. 어르신들을 단순히 복지재정의 소비자 혹은 수혜자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사회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당당한 주체로 예우할 것인지의 여부, 그것을 복지관의 철학과 관점을 바로 세우는 기준으로 삼는다.

어르신들이 지닌 경륜과 자산, 재능과 지혜를 지역사회를 위해 두루 쓰일 수 있도록 거들고 돕는 일, 그리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단체와 기관, 마을 모임들이 어르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일을 복지의 근본에 둔다.

나아가 복지관 담장을 허물고, 복지관이 지역거점 다기능 복지의 역할을 해 갈 수 있도록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긴다. 낮에는 노인복지, 밤에는 주민들이 이뤄가는 마을복지, 주말에는 청소년들이 주인이 되는 청소년학교를 통해, 그야말로 온 마을이 복지관을 거점으로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이 만나는 공동체 복지의 광장을 만들고 있다. 땅 사고 건물 짓는 토건복지 대신 기존 건물의 이용공간을 확장하여, 그 비용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사람중심 복지가 필요하다는 뜻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밤에도 열린 복지관’, ‘주말에도 열린 복지관이다. 담장을 낮추고 운영인력만 갖춰지면 복지관 하나가 온 마을 주민들이 사립문 열고 접시 돌리며 마을공동체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가령 마을복지관 운영을 통해 어울린 주민들이 다시 복지관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복지관을 마을에 할애한 어르신들을 마을주민들이 존엄하게 존대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복지관을 통해 기능을 닦은 어르신들이 주말에는 청소년들에게 여러 프로그램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를 하신다. 이것이야말로 복지관을 거점으로 온 마을이 서로 만나는 공동체 복지의 선순환 체계이다.

그래서다. 복지관 1층 휴게실을 개조해서 마을도서관과 마을찻집을 만들고, 이를 지역에 나눴다. 국가의 보조금과 인건비 지원 없이, 어르신들 스스로 십시일반 나눔과 협동의 힘으로 만든 작품이다. 시공설계와 감독 또한 건축 일을 하셨던 어르신 한 분의 재능기부로 이뤄질만큼 예사롭지 않은 모색이었다. 밤과 주말에도 문을 열고 지역주민 누구라도 이용하는 마을도서관과 마을찻집, 이렇게 문을 연 마을도서관에서는 어르신 글짓기교실, 작가초청강좌, 어르신들과 초중고 학부모 독서회와의 만남, 공정무역토크쇼, 어르신과 지역주민 작품 전시회, 작은 음악회, 휴먼 다큐멘터리 상영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중 낮에는 복지관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청소년들과 가족단위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동네 마을사랑방 역할을 함으로써 노인복지관 건물에 세대가 공존하고 세대 통합의 기운이 흘러넘치게 된 것이다.

어르신들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가 마련해 주는 노인일자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어르신들 스스로 자립형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공헌활동도 해보자며 더불어 이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당연히 적잖은 출자금도 모았다. 그래서 두부공장도 짓고 팥죽가게도 열었다. 이미 협동조합의 순례지가 되고 있고 광주전남 협동조합 1호로 지역협동조합의 선구자로 정착했다. 머지않아 낮 시간에만 운영하는 경로식당을 밤에 개방하여 협동조합으로 도농직거래 밥집을 운영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렇듯 공공건물을 특정 대상의 소유에서 마을의 공유로 바꿔가는 관점의 변화가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내고 있고 사람중심 공동체복지의 공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건물중심, 서비스중심, 대상자중심의 관행적 복지가 근본부터 달라져야 함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귀감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다. 복지는 담장을 넘어 마을과 만나야 하고, 마을공동체의 튼튼한 바탕이자 거점이 되어야 옳다. 본래부터 존재하는 마을의 공동체성과 자연력을 복구하는 관계의 완성, 그것이 바로 공동체복지가 추구하는 목표이자 이상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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