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돈에 지배당하는 단계를 넘어 돈을 숭배하는 수준에 다다른 형세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대와 관용, 세상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 존중, 사회적 약자를 공동체의 힘으로 떠받히는 정의로운 사회와 같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가치가 배금과 물신, 즉 돈의 절대화라는 위세에 눌려 인문 사회학자들의 논문 또는 소수 진보주의자들의 메아리 없는 외침 속에서나 등장하는 주장쯤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인간을 진정한 행복의 길로 안내 할 수 없는 비극적 사회임이 분명하다. 이런 몰가치적 사회 흐름은 기본적으로 사회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권력과 자본의 강력한 유착, 건강한 시민의 힘이 부재 할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수백만 비정규직의 아우성,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청년 실업, 골목 상권 붕괴와 총체적인 서민 경제 위축, 무너져만 가고 있는 농업, 농촌의 삶이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잘 웅변하고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파괴하며, 진화·발전하는 사회의 발목을 붙잡고 다시 전근대 사회로 회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람이 인간성을 상실한다는 말은 곧 개나 돼지에 가까워져 간다는 것을 의미 하듯 사회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양극화 문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지역주의의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특정 지역의 독점 공화국을 만들어 세상을 다 가지겠다는 저들의 망동이 요즘 곧 잘 회자되고 있는 생물학적으로는 청년층으로 알려진 이른바 일베충들의 정신적 황폐화와 몰역사적 관점을 제공한 듣든 한 배경임이 틀림없다.

특히 종북 몰이와 이념 갈등 조장은 지역주의로 무장한 그들의 역사적 패악질을 보기 좋게 덮어 버릴 좋은 무기다. 이들에게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상황은 현재의 막강한 기득권과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만드는 최상의 조건이다. 다시 말해 민족 통합 경제니 통일이니 하는 가치가 그들의 눈과 귀에 들어 올 리가 만무하며, 오히려 이런 주장을 종북이라는 상표로 포장해 이념 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는 형국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극단 주의적 분단 세력을 적절하게 제압 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이념 공세의 2중대가 되어 버린 제 1야당의 무기력과 정치적 무능은 보다 진일보한 대한민국 미래 건설이라는 희망마저 거세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극단적 양극화에 지역주의, 이런 근본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 선진 사회를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농촌의 생태적 가치와 식량 기지 역할을 부정하는 대한민국의 기형적 의식도 모두 이런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바, 이제 남아 있는 힘은 조직된 시민의 힘인데, 이 또한 양극화의 벼랑 끝에서 힘겨워 하는 국민 일반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 몰리고 있다. 서울과 기형적 지역 집단이 끌고 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청사진이 그래서 필요하다. 저들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는 지방 정권의 독립 선언과 개혁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이 시작되어야 한다.

다시금 농촌 공동체를 복원하여, 성장 동력화하고, 지역 내 소아병적 정치적 이해 다툼을 극복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작은 지역 안에 뿌리 내리고,아울러 새로운 지역 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절실하다. 권력이라는 힘과 자본이 지배하는 중앙을 쫓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우리가 사는 지역의 백년 계획과 마을별 맞춤 개발, 지방 정치의 실질적 민주화, 협동조합의 제자리 찾기로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사회 전체의 흐름이 시대착오적 방향이면 우리 자신이 이를 과감히 박차고 나가 혁신하고 변화하는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역사는 기본적으로 진보다. 물러서는 법이 없다. 지금의 현실을 변화 없이 고스란히 움켜쥐고 살아가는 방법은 존재 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일이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지역 공동체 복원 노력에 모든 기득권과 부당한 힘을 내려놓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지역 사회 공공 부분의 혁신 없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역사적 책무이자, 보다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건강한 삶은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의 건강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건강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가 크게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긴 호흡이 필요한 현재, 우리의 나아 갈 바를 함께 고민하는 진정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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