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칠산문학회원

옛날 중국 초한지에 보면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말이 있다.

그 본래 뜻 인즉 밥 지을 솥을 깨트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혀 버린다는 고사 성어로 살아 돌아가기 보다는 결사적인 각오로 끝까지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는 말이다.

지난 연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업관련 단체장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2014년 새롭게 농정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며 인용한 말이다.

무엇보다 이장관의 이 같은 고사 성어를 인용한 발언에는 올 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쌀 관세화 등 굵직한 농정 현안들이 우리 농업을 계속 위협하는 어려운 현실과 이를 과감히 해쳐 나가야만 하는 부담이 복합적으로 담긴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농정의 최고책임자가 신년을 맞아 이처럼 결연한 의지로 농정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각오만으로 우리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엔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식량안보를 비롯해 밭작물 경쟁력 향상, 축산물 생산비 절감, 각종 농산물의 유통구조 혁신, 농가 소득의 확고한 증대, 가공 산업의 활성화, 농업 후계 인력의 양성,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이 심각한 농업문제를 무난히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실천의지와 예산, 또 실현 가능한 정책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상호의 믿음이다. 농민들의 신뢰가 없는 농정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또 과거 농정 실패 사례도 대부분 신뢰가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한결 같은 신뢰 역시 우리농업 발전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농민들이 농정을 불신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농민들과의 진정한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농업 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는지, 또 세부 실천 방안이 영농 현장에서 매일 같이 애쓰는 농민들의 입장과 주장이 정확하게 반영되었는지 세밀하게 따져보고 보완할 것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농민들은 당국의 농정에 대해 무조건 적으로 불신만 하는 선입견을 과감히 버려야 함은 물론 특히 정부의 지원금이나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생각일랑 누구든지 아예 접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국이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은 내 가족, 또는 내 이웃들이 부담하는 소중한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 향상이란 본래 목적에 맞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농민들은 자신이 재배하는 모든 농산물은 우리 가족이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잔류농약 과다 검출로 도매시장에서 출하를 거부당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하고 특히 수출 농산물에서의 잔류농약 검출로 한국산 농산물이 안전한 먹거리가 못 된다는 오해를 받는 일 또한 없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아낌없는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값싼 수입 농산물이 마냥 밀려오더라도 생산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우리 농업 지키기에 앞장서야 한다.

한편 소비자들 역시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는 농민들의 노력을 깊이 인식하고 국내산 농산물을 애용하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농업은 그동안 위기가 아닌 적이 거의 없었는데 국내적으로 농축산물의 가격파동과 수급불안, 우량농지 잠식과 영농인력의 부족 및 노령화 등 현안이 끊이질 않았고 대외적으로는 수입개방이 해마다 확대되면서 농업 분야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로 인한 피해는 해가 거듭 될수록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뻔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농산물 전면 개방으로 닥쳐올 큰 파고의 위기는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할 과정이다. 성급하게 자포자기하고 좌절한 채 주저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 경쟁력 향상을 통해 우리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정 당국과 농민, 그리고 현명한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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