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곤/ 새마을운동중앙회 국내사업국장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쏟아져 아침 신문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다.

지하 1층에 살면서 혼자 식당일을 하고 있던 엄마와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던 두 딸, 세 모녀가 자살을 했다는 뉴스다. 하늘이 온통 회색이다. 연일 계속되는 연무와 미세먼지 때문만이 아닌 돌보지 않는 삶에 세상 역시 회색이다. 가난과 질병 그리고 장애로 인해 오늘도 무수한 사람들이 고통에 허덕일 것이라는 생각에 세계 경제 10위권이라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가계부채 1,000조의 시대는 멈출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전월세 가격 상승 등으로 서민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70만원이 든 흰색 봉투를 남기고 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께는 그렇다 치고 이 세상에 죄송할 일은 도대체 무슨 죄송이란 말인가.

딸들이 초등학교 시절 찍은 것으로 보이는 4인 가족사진이 놓여있었다는 것으로 볼 때 그들 가족 역시 한때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1990년대 인기 만화책과 음악CD 등으로 보건데 두 딸들에게도 찬란한 태양아래 희망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았을 것인데, 그 희망과 꿈 그리고 행복을 누가 앗아 갔을까. 가난과 질병이 죄인가. 12년 전 먼저 떠난 아버지의 책임인가. 국가는 복지를 외치면서도 도대체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으며 공동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수억 원을 체납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잘 사는 이 세상에서 갚을 돈이 있거든 치료비와 어려운 생계에 보탤 일이지 전기요금은 웬 말이며 건강보험료는 또 무슨 말인가. 한전은 12만원의 세 모녀가 남긴 전기료로 공기업 재무개선에 나설 것인가. 건강보험료 49천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피해 소송비용으로 충당 할 것인가.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던 착한 심성을 가진 고인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 세상에 빚지지 않겠다는 그 마음에 도리어 분노가 치민다.

세 모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우리 사회와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주위를 돌아보는 따듯한 사회는 우리의 영원한 숙제인가 자살은 사회적 타살의 다른 말이다.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고 그 도움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빠진 이웃을 보듬어 함께하는 촘촘한 복지에 대한 그물망이 필요하다.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확충에 서둘러 나설 일이다. 지독한 가난과 질병 그리고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정부는 하루빨리 생계지원책과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안타까움에 탄식만을 내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맹자는 말했다 슬프구나, 사람이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 모른다.”. 모두가 부자가 되겠다고 욕망의 전차에 몸을 실어 잃어버린 황폐해진 측은지심을, 사람의 마음을 찾아 나설 일이다. 서둘러 내 주변을 돌아보아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제대로 찾아 봐야 할 일이다.말 못할 고통과 싸우고 있을 어려운 이웃을 찾아 위로하고 도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이웃 공동체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만화가를 꿈꿨던 딸들 그리고 그 어머니,

저 세상에서나마 먼저가신 아버지를 만나 행복을 누리기를, 가난과 소외가 없는 하늘나라에서의 평화가 항상 세 모녀와 함께 하길 기도해 본다.

진영곤 새마을운동중앙회 국내사업국장은

영광군 홍농읍 출신으로 전남새마을회 사무처장을 거쳐 새마을중앙회 조직부장과 사업부장, 국제협력국장을 역임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에 크게 기여를 하였으며 현재는 국내 사업국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내 새마을운동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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