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

나라를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은 국정운영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즉각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선거로 선임되는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지방의회의원, 교육감과 국회의 청문회를 거쳐 선임되는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감사원장, 장관, 검찰총장, 경찰천장, 국세청장이 대표적인 고위공직자이며, 민간차원에서는 국가기능을 대행하는 공기업 사장과 법률에 의해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단체나 기관의 장이 대표적인 고위공직자이다.

공직자는 일반 급여생활자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직자들은 국민을 설득하고 권유하며 지시와 명령을 하기도 한다. 소위 강제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의도나 뜻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공직자들의 말이나 행동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大學하늘은 말이 없기 때문에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군자의 정치를 평가 한다고 하였고, 논어論語에서도 백성들의 신뢰를 얻은 후에 백성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 율곡은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고위공직자의 책무는 최고의 정책을 만드는 것, 곧 도를 행하는 것이기에, 도를 행하기 어려울 때는 사직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직자들에게 도덕성의 위기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공인이라는 의식, 즉 헌법에서 규정한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봉사정신과 사회적인 책임의식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공직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정책화되고 법령화되어 국민들로 하여금 그것을 따르게 강제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도덕성의 위기문제를 해소하고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직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는데서 시작된다. 사회적 책임은 사랑과 화합, 나눔과 배려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봉사정신은 머리로 생각한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실제로 봉사활동에 참여해 땀을 흘리고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과 정성을 기울일 때 길러진다.

봉사활동과정에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와 관심사를 알게 되고, 서로가 대화도 나누게 됨으로서 정부와 국민 간에 의사소통의 통로도 생성된다. 또한 정책문제 발생시 슬기롭게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공통된 해결기반도 가지게 되어,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계층간 갈등이나 국가 구성원 상호간의 결속력 약화등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공직사회가 주말을 보람 있는 봉사활동으로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노력들에 적극 나선다면, 공무원과 국민들 간에는 상상 이상의 훨씬 더 큰 창조가치가 부여될 것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참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국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커다란 교육적 효과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는 고위공직자부터 솔선하여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낄 때가 되었다. 이는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신뢰받는 정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또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는 공직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정치政治는 곧 인정예치仁政禮治이다. 바로잡을 때는 사랑을 담아야 하고, 다스릴 때는 예를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로써, 이의 기본은 겸손과 공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각종 공직선거에서 자원봉사 잘하는 인재를 적극 지지하고, 국회의원들은 인사청문회시 후보자들의 사회공헌활동을 꼼꼼히 검증한다면 공직자들의 자원봉사 참여가 비약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공직자들부터 솔선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중하위직 공직자까지 확대되고, 모두가 바라는 밝고 건강하고 희망이 실현되는 대한민국이 앞당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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