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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의 전쟁
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2017년 03월 27일 (월) 11:04:24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70대 노인이 시장에서 김치를 훔치다 붙잡혔다. 이 노인의 소득은 정부에서 지급받은 노인기초연금 20만원이 전부였다. 이 중 15만원을 모텔 숙박비로 지출하고 남은 5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CCTV에 찍혀 덜미를 잡힌 노인의 모텔방을 수색한 경찰은 흙에 묻어 검정봉투에 싸인 김치를 찾아냈다. 땅에 떨어뜨려 흙이 묻었지만 나중에 먹기 위해 싸서 보관한 것이라고 노인은 진술했다. 이것이 2017년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이다. 2014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3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현실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정국은 빠르게 대선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촛불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대선은 권위주의적 유산을 청산하고 민의가 중심에 서는 국가대개혁을 완수할 정부를 수립하는 중대한 선거다. 시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탄핵이라는 가장 큰 교집합을 형성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교집합안에는 이념성향이나 사회경제적 처지가 각기 다른 이들이 다양하게 퍼져 있다. 이들의 각기 다른 요구들은 직접적인 주장 대신 박근혜 탄핵이라는 커다란 목표에 수렴되어 간접적으로 표출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붕괴했고 박정희 패러다임으로 표현되는 구질서 해체라는 정치적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텐트가 걷혔으니 지금부터는 사회경제적 처지에 기반한 시민의 구체적인 요구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대선이라는 역동적인 정치국면이 후보자들간의 이전투구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정치력을 모아내는 장으로 되어야 할 이유다.

우리는 1987년 절차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정치세력과 재벌의 동맹관계가 권력을 독점하고 공익을 파괴하며 종국에는 나라의 운명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 폐해는 빈곤의 확산과 파괴적인 양극화를 나았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불평등을 확산시켰다. 단언컨대 한국사회의 가장 크고도 중대한 과제는 불평등의 해소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최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은 48.5%로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숫자는 71916명이다. 이는 이라크 전쟁 사망자 38625명의 2,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4719명의 5배에 이르는 수치다. 한 마디로 말해 국내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반면에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에서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라는 책에서 상층, 중층, 하층 사이의 격차가 아니라 꼭대기에 있는 소수 집단과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불평등의 양상을 분석했다. 부자들은 단지 부자이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 가난한 이는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빈자가 된다. 1%의 소수와 99%의 다수로 갈라지는 이 차이는 절대 좁혀지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공고해진다. 바우만은 구조화 된 불평등이 외부 자극이나 충격 없이도 자체 논리와 추진력에 의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될수록 다수 대중의 사회적 자존감은 추락한다. 물론 고도의 소득불평등과 자살률, 범죄율의 증가와 같은 사회병리현상은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생계를 위해 범죄자가 되고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비극적인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문제들은 애초에 그 문제들을 만들어낸 사고 패턴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진로를 바꾸어야 하고 먼저 기차를 정지시켜야 한다. 사회경제적 악화와 불평등의 확산은 종국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공격한다. 소수로의 부의 집중을 차단하고 공익과 공생을 위한 분배 시스템의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의 국정 원리와 1차적인 목표는 불평등 해소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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