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대선의 쟁점이 갑자기 사드(THAAD)로 돌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설치비용 한국 부담이라는 발언 때문이다. 첫 발언을 말실수나 그냥 던져보는 말로 생각했다가 재차 같은 발언이 나오자 갑작스러운 이슈로 부상했고, 사드 배치의 찬반과 절차 문제가 후보들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드의 쟁점 중심은 효용성과 절차상의 문제다. 절차는 무시되었고 효용성은 분명하지 않지만 소위 보수에선 적극 찬성이요 진보는 유보와 반대로 나뉘어 있다. 제대로 환경평가 한번 거치지 않았고 국민의 뜻을 물은 적도 없이, 그것도 한밤중에 도둑처럼 설치된 사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구한말 일본은 철도 개설을 조건으로 우리에게 부지만 제공하라고 했다. 토지 수용할 돈이 없는 왕조에게 일본은 돈을 빌려주었다. 조정은 대신들에겐 제대로 보상을, 서민에겐 강제 수용의 방법으로 부지를 마련했고 철도가 깔렸다. 하지만 일본은 채무 배상을 못한다는 이유로 철도 운영권을 가져갔다. 당시 조선인 책임자는 이완용이었다. 트럼프의 사드 설치비용 발언이 떠올린 역사의 한 토막이다. 대상만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3년을 기다린 배치라고 하지만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월 중순 사드 배치를 언급했었다. 하지만 7월에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올 7~8월의 배치 계획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배치는 황교안 대행과 국방장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생각이고 뒤에는 미국의 뜻이 있었을 것이다. 정권교체가 확실해지자 국가보다는 개인의 영달과 미국을 상국으로 여기는 현 정권을 압박해 해치운 성과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정을 유린한 범인들을 위해 태극기를 앞세웠던 무리들이 같이 들었던 것이 미국기이고 보면 이들의 성향은 분명하다.

사드 배치를 문재인은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는 의견이고 홍준표는 찬성, 안철수 역시 찬성, 유승민도 찬성, 심상정은 반대 의견이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가 먼저 패를 깔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심상정은 적극 반대, 나머지 3인은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적의 공격에 대비해 완벽한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미국의 뜻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들의 믿음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사드의 요격 가능 고도는 지상 40~150km이다. 그리고 속도는 마하 8정도다. 요격 대상의 탄도미사일은 공기의 저항이 없는 고도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속도가 마하 20 이상이다. 사드의 속도로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알고 있다. 중국의 사정거리 1km 이상의 ICBM(대륙간탄도탄)도 요격이 가능하지 않다. 단지 일본 오키나와에 설치한 사드와 입체적 스캔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군사적 행동의 세밀한 관찰과 레이더의 탐지력을 활용할 전략적인 목적이라면 이해가 된다. 설치비용의 언급은 어차피 무기 강매의 수단이다. 우리는 최근 10년에 걸쳐 미국에 36조 원을 무기 값으로 지불했고 F35기 등의 비용으로 다시 10조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 수입 세계 1위이다. 완벽한 호구이다. 사드는 부지만 제공하면 설치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는 조건이었지만 갑자기 트럼프는 비용을 두 번이나 언급했고, 보좌관은 협의는 변함없지만 재협상을 요한다며 자신은 대통령의 말에 배치되는 행동은 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국방부는 재협상은 빼버리고 협의가 변함없음만 브리핑했다.

사드는 탄도미사일 거리의 1/4 높이에서 요격한다. 300km 거리면 80km 높이다. 평택 위쪽의 공격은 막지 못한다. 수도권 방어엔 무용지물이란 말이다. 결국 우리 안보에는 쓰이지 않으며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 대응용이다. 레이더 용도를 제외하면 중국의 ICBM도 막지 못한다. 고도가 1000km 이상이고 시베리아와 알레스카를 거쳐서 미국으로 날아가는 ICBM을 최고 고도 150km에 불과한 사드가 잡을 수는 없다. 그런데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의 장단이라면 무조건 춤부터 추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일제강점기에 철도부설권을 팔아넘긴 매국노와 다름없는 이들이 대통령 후보의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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